어렸을적 추석은 왜그리도 좋았을까.
운 좋으면 운동화 한켤레를 얻어 신을 수 있고, 나일론 티셔츠나 밀가루 주머니를 만들어 덧댄 나일론 바지를 얻어 입을 수 있었던거,
줄줄이 언니로부터 얻어 입은 헌 옷에 대한 징그러움 때문이었을까.
수시로 새 옷을 입고 오는 친구들의 세련된 옷 치장 때문이었을까.
집안 사정이야 어떻게 돌아가던지 아무 관심도 없는 어린 자녀들의 줄줄이의 바램을 바라보며 엄마와 아버진 또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린 것들의 추석빔이 마음에 걸리고 푸짐한 떡살이 애처로웠을 엄마,
그것도 부족하여 추석날 오후가 되면 고모들이 교대로 자식들을 데리고 친정을 찾았을 때,
철없는 우리들은 좋아라 소리치고 깊어가는 엄마의 속마음은 찢어질 듯 했을텐데.
추석이라고 하지만 이젠 썰~렁하기만 하다.
시부모님이 부천으로 가시면서 시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왔지만, 어느순간 동서가 오질 않더니 급기야 시동생도 명절이 되어도 전화한통 편지 한통이 없다.
곁에 사시는 시부모님이 큰며느리에게 눈치가 보이셨는지, 당신네들끼리 버스와 지하철을 교대로 타고와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아예 포기를 하시고 말았다.
그와 더불어 그동안 지내오던 제사들도 이안아파트로 이사오면서 모두 버리고 예배를 드리고나니 특별한 일이란게 없다.
작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는 작은집 식구들도 오시질 않으니 더욱 허전하다.
평소의 나는 '명절은 명절답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명절엔 내가 좀 힘들고 귀찮고 경제적인 지출이 있을지라도 모든 사람이 푸근하고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을 말이다.
그래서 음식도 푸짐하게 차려서 추석이 끝난 후 먹거리가 마땅찮은 시어머니, 동서, 작은댁을 생각하여 명절후에 음식을 보따리에 사서 보내곤 했다.
대접하는 즐거움은 또하나의 행복임을 잘 알기에 말이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식구들이 줄기 시작하더니 이젠 우리 네식구만 달랑하게 남았다.
'내가 잘못해서 이 지경인가...'싶어 곰곰히 생각을 해도 정말 내 탓은 아닌것 같다.
추석날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다시 집에서 가족들이 예배를 드리고 그동안 서로가 잘 몰랐던 일들을 나누니 별다른 의미가 있다.
주현이의 직장생활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은 주현이가 이제사 안정을 찾고 인정을 받아 스카우트까지 이르게 된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큰 무언가는 아니지만 작은 일에도 함께 기뻐하며 감사할 수 있는 가족이 있기에...
추석다음날 동생이랑 백봉산엘 올랐다.
작은 알밤 하나까지 줍는 사람들을 평소 우리 자매들은 못마땅해 한다.
다람쥐나 산짐승이 먹을 최소한의 것도 남기지 않고 끌어들이는 사람들의 욕심이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는 작은 알밤과 도토리가 쏟아진 것을 보며 한편 아깝고 한편 대견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며 물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즐겼다.
백봉산 오솔길이 이쁜 곳이 있어서 눈여겨 봤던 곳으로 동생을 데리고 가는데 웬걸..알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주먹만한 것들이 떨어져 있었다. 다람쥐나 산짐승이 먹기엔 버거울 것 같고 누군가 다른 사람들, 오늘따라 유난히 밤 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의 눈을 피한 것은 아마 우리 자매를 위한 알밤이려니..싶어서 둘이서 정신없이 줏었다.
한참을 줍다가 '이제 그만가자'라며 마지막으로 커다란 알밤을 줍는 순간, 팔이 따끔했다.
'아야~'소리가 나기 바쁘게 벌떼들이 온 몸에 덤비는 것이 아닌가.
맙소사!
놀란 동생이 나를 털어주다가 4방이나 쏘이고 나는 7방이나 쏘였다.
후덜덜한 다리를 끌며 백봉산을 내려오는 동안 정말 머리가 도끼에 맞은 듯 하다.
정수리에 두방을 쏘였다.
이젠 ㅂ자도 꺼내지 말라며 집으로 돌아와 이틀동안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바르고.. 지금도 몸이 가려워서 지저분하다.
개천절,
추석날 저녁에 세현이와 소양강으로 낚시를 다녀왔지만 붕어 한마리 구경못한 신랑이 여행이나 가자고 했다.
벌에 쏘인 몸이 가렵고 따끔거려 신경이 쓰여 아무데도 가기 싫다.
모처럼의 휴가에 집에만 있는 것이 허전하여 가까운 세미원과 두물머리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20분의 거리이면 충분한 곳을 지나치기만 했지 표를 사서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세미원에 도착하니 1인당 입장료가 4,000원이고 양평군민은 무료라고 한다.
겉에서 보기엔 좀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입장하고 나니 결코 비싼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연꽃을 위주로 하여 연못을 만들고 곳곳에 테마를 형성하여 꾸민것이 주인이 얼마나 정성을 깃들였는지 알 수가 있다.
아기들도 노인들도 걷기에 좋고 쉴 곳이 곳곳이 준비되어 있어서 가족들이 많이 나왔다.
두물머리까지 이어진 배다리를 건너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줄기들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곳을 바라보니 마음이 묘하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이지만 결국 하나가 되어야 온전해지는 법을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지금, 극과 극이 극명하다 보니 진보니 보수니 서로가 싸움만 하지 어떤 방법이든 하나로 일치하자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정치판이 답답하고 서로가 잘나기만 한 그들을 보니 더불어란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것도 같다.
세미원을 둘러보고 멋진 곳에서 연잎으로 만든 점심을 폼잡고 먹고 싶었는데 식당이 잘 보이질 않는다.
찾으면 못 찾을것도 없지만 이제 12시인데 벌써 식당엘? 반문하는 신랑을 보니 점심먹을 맛이 똑~ 떨어진다.
집에 가다가 좋은 곳에서 도토리 묵밥이라도 먹어야지 하는데 차에 오르자마다 오전에 먹던 찐빵을 낼름 입으로 가져가는 신랑이 정말 밉상이고 빈정이 상한다.
저렇게 눈치도 없고 코치도 없으니 잔소리만 듣고 욕이나 들을 수 밖에.
눈치 좀 가지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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