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싸움 - 이정록(1964~ )
절에 갔다가
아빠랑 화장실에 갔다.
깊고 넓은 똥 바다
꼬추를 조준해서
아빠의 오줌 폭포를 맞혔다.
칼날이 부딪는 것 같았다.
아빠도 재밌는지
내 오줌 줄기를 탁탁 쳤다.
옆 칸이라 안 보이지만
아빠 꼬추도 삐뚤어졌겠다.
아빠 손에도 오줌이 묻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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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공기와 싱그러운 바람결,
살랑이는 바람결에 기어히 몸 가누지 못하고 흔들리는
오만가지의 들풀과 나무와 나뭇가지와 꽃들,
지나는 사람의 눈길한번 받지 못해도
묵묵히 자신의자리를 지키는 생물들,
기가 막힌 전망이 펼쳐지는 곳에
오색기와를 얹고 고운 나뭇결을 펼친채 반짝이는 마루,
그 마루에 앉아서 한번쯤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도 싶고
드러누워 선듯한 바람속에 몸을 맡기고
긴긴 낮잠 한번 퍼질러 자고도 싶은 곳.
잠결인지 꿈결인지 차랑차랑 부딪치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해 저무는 것도 모른채
고요속에 마주앉아 있고픈 시간들,
어쩌다 오가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고
다 큰 개가 컹컹 소리내어 짖어대는 곳,
화광사.
아직도 그곳에는 깊고 넓은
똥 바다가 웅크리고 있을까.
아빠와 함께
시원스럽게 뿜어나오는 오줌줄기를 두고
칼 싸움을 하는 아들의 미소가
오줌폭포처럼 피어오른다.
아빠의 꼬추가 삐뚤어지고
오줌 묻은 아빠의 손을 덥썩 잡고
햇살보다 고운 웃음을 날리는 아들녀석이
우리집 두 아들이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