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나무의 철학

여디디아 2011. 11. 14. 10:32

00:58

  전나무 Abies holophylla

 

 

나무의 철학

  

조병화(1921~2003)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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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낯선 건물들과 낯선 골목들..

버티느라 애쓰고, 견디느라 힘쓰고,

적응하느라 비틀거렸던 20대의 내 젊은 날,

 

조병화 시인의 시는 

촌뜨기인 내게

참아내는 일, 견뎌내는 일,

일어나는 힘을 가르쳐 주었다.

 

'공존의 이유'란 시집을 읽으며

위로받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다시 30대와 40대를 보내며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애를 쓰며

보다 나은 곳으로 쉼없이 살아온 시간들,

 

그런 시간들 속에

가슴아픈 일들,

속이 상한 일들,

어디 한두번이었으리.  

 

그 모든 마음들을

묵묵한 저 나무들이 겨울빈들을 지키는 침묵처럼

나를 알고 있으리라.

 

어느새 겨울의 입구,

햇살이 고마운 아침이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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