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나는 순수한가

여디디아 2010. 1. 25. 09:12

나는 순수한가

 

 

박 노 해 (1958~           )

 

 

 

찬 새벽

고요한 묵상의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펴보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강함인가

 

 

우주의 고른 숨

소스라쳐 이슬 떨며

나팔꽃 피어나는 소리

어둠의 껍질 깨고 동터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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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새벽을 잃어버린지 오래전..

 

찬 아침을 맞이하는 시린아침은

나를 돌아보기에 앞서 

저만치 물러나는 묵상의 시간들을 

새벽을 잃어버린 그 시각에  정확히 잃어버렸다.

 

순수하기를 사모하며 애타게 갈망하지만

그만큼의 갈급함만치

순수를 위장한 나의 모습은 또한 아닌지.

 

겨울아침을 두드리며

아침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손바닥으로 둥근 해를 가리며

손바닥사이로 함께 가리워버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나의 분노가

겁없이 다가선 나의 열정이

가눌수 없이 흐르던 내 슬픔속의 눈물들이

허리가 굽어지도록 힘차게 웃었던 내 기쁨들이

 

지난 여름 무덥던 그 오후에 

뜨거운 여름햇살에 스러져간 나팔꽃같이

소리없이 스러져 가버렸음을.. 

 

맹추위가 춤을 추듯이 넘나드는 시린 계절에

저만치 멀어져간 순수한 나를 찾아 헤맴으로

다시 찾아오는 사모하는 새봄에는

여린 봄꽃처럼

맑고 투명해진 나를 만나리라.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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