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귀거래사
이 선 균(1961~)
몽둥이 칠 때마다 조여드는 목줄
빼문 혓바닥 속 타들어가는 비명
털썩, 지상으로 떨어진 몸뚱이 기우뚱
안개 숲 속으로 도망간다
흰죽 같은 안개
시지근한 죽 냄새 허기 후벼 팔 때
아아, 비틀거리는 외로움
살기 위해 다시 돌아온 집 마당
습관의 몸짓으로 빈 그릇 핥는다
가마솥 물 끓는 소리 그르렁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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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라.
굶주림으로 인한 허기가 나를 후벼파지 않아도
지난 토요일 샬롬찬양대에서 장작불을 지펴 펄펄 끓인 그것..
광복절에 다시 예약이 되어 있어 은근히 기다리는 그것..
어느 모임에서 어느 날에 다시 한 마리를 통하여
육신의 배부름보다 양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나 기웃거리는 그것..
속을 태우는 비명으로 도망간 곳에
부연 안개가 흰죽으로 보임으로
다시 찾아간 집 마당엔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물이
이토록 잔인할 수가 있는지.
단 한번이라도 비틀거리는 그 생명을 눈여겨 본 적이 있었던지.
생명임을...
살고픈 생명임을...
참나리꽃이 피기 시작하면 삼복더위가 시작된다고..
똑 부러진 발음으로
화사한 웃음으로
늘씬한 각선미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뚝 선 기상캐스터의 말은
어쩌면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개들은 삼복더위를 이유로
하나씩 둘씩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 아닐지.
그리하여 나 같은 식탐가들의 입맛을 돋구게 되리라는 예고가 아닐지..
봄에 잡아먹기 위하여
'봄이'
가을에 잡아먹기 위하여
'가을이'
라고 이름지었던 김용석씨네 강아지들은
이미 지난 봄에, 가을에 사라진채로
또다른 봄이와 가을이가 비오는 초복날 아침에
처연한 모습으로
시커먼 가마솥을 무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거나 아닐까.
초복이다.
오늘도 초복이란 이유로 수없이 많은 개들이
조여드는 목줄로
외로운 비틀거림으로
삶에 대한 시지근한 허기짐으로
이유있는 반항으로
슬픈 생을 마감하리라.
ㅉㅉ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