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님의 종이꽃.. 전역한지 한달된 예비군이 엄마에게 선물한 꽃)
기억하는가
최 승 자
기억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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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슬픔처럼 내리는 날
부연 유리창 위에 섬섬옥수같은 손가락으로
그의 이름을 가만히 가만히 써 보던 날,
글씨만큼 보이는 창밖에는
맑은 빗줄기가 차랑차랑 쌓여가고
창 안의 내 마음은 온통 그에게로 흘러흘러 스며가던
그날들을 기억하고 말고.
오지 않는 전화를 바라보고 바라보다가
차마 목소릴 들을 수 없어
수화기만 들었다.. 다시 놓았다가
다시 기억속에 남은 숫자들앞에서 뒤척거리던 마음을
기억하고 말고..
봄빛이 머무는 자리위로
봄바람이 지나는 시간위로
봄꽃이 기다리는 그리움위로
수없는 가슴앓이로 쥐어 짠 마음위로
이제는 아득한 마음만이 가득하여
뒤척임도 되짚음도
환희도 슬픔도
색바랜 종이처럼 기억뿐인 것을..
푸르디 푸르던 젊은 날의 첫사랑도
두번째 사랑도
세번째 사랑도
.....
기억하고 말고.
다시는 허락하지 않을 사랑앞에서
어느새 기억만으로 황홀해지는 나를 보니
아~~
옛날이여^^*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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