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청포도

여디디아 2008. 7. 1. 15:05

 

 

  청  포  도

 

 이 육 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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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월이란 생각만으로 이미 청포도가 떠오르는건 무슨 일일까,

사과로 유명하던 '영천'이 이젠 포도로 유명해졌다.

여름이면 검푸른 먹포도가 탐스럽게 영글고

심심찮은 모습으로 '영천포도'란 포도상자를 만나면

나는 어느새 반가운 친구라도 만난 듯 들뜨고 설렌다.

 

포도의 수확이 늘어나면서

소비를 위하여 와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봄,

동창회에서 맛본 포도주의 맛은

술 맛을 모르는 내겐 그냥 그런 맛이었지만

앞으로 영천의 위상을 드높일 와인이 생산되길 바래본다.

 

알맞은 것,

바람과 구름과 햇빛과 비,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연의 은총이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7월엔 청포도가 익어가고

익은 청포도가 유년이 담긴 그리운 고향을 데려오리란 생각에

입안엔 달큰한 포도가 침으로 고인다.

 

7월이다.

다시 시작하는 첫날이다.

청포도가 익어가고

내게 주어지는 시간들이 익숙한 모습으로 익어가는

감사가 넘쳐나는 7월이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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