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지
김 남 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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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
이른새벽까지 품었던 나의 온갖 욕심들과
지난 밤 꿈속까지 이어진 악한 마음으로 인하여 차마 마주할 수 없는 하늘.
눈이 시리다는 이유로
목이 아프다는 이유로
이유 아닌 이유를 주절주절 달면서
애써 고개 돌려야 하는 가을하늘 아래의 부끄러움..
다시 돌아서면 같은 마음을 품고
씻어낸 줄 알았던 욕심이 다시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시린 마음으로 거울속의 자신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 영롱한 가을날.
편지 한 줄 쓸 수 없는 둔해진 마음에
그래도 겨자씨만한 양심은 살아 있음으로
감히 생각할 수 없음에도, 다시 기대하고픈 사랑노래가 아닌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소슬한 가을바람은 빈 창문앞에 머무르며
짧게 남은 남국의 햇살은 가을바람 위에서 유영하고
자리를 옮겨앉는 가을바람과 가을햇살 사이로
잡힐듯 말듯한 내 마음은
그리운듯 다시 잊혀지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누군가를 그리워 하며
문득 그대라 이름 부르며
엉성한 글씨체로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날..
사랑을 꿈꾸어도 충분히 아름답고
지나간 사랑을 추억해도 충분히 행복하고
주책맞은 마음에 다시 사랑을 노래해도 용서하고픈
그 모든 마음으로
문득 가을편지를 쓰고픈
유혹의 시간들 위에서 그대를 찾습니다.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