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엄마와 이름

여디디아 2011. 9. 9. 10:35

엄마와 이름

 

 

장  대  규

 

 

 

여든 넘은 울 엄마

 

여태,

 

이름이 없다

 

 

 

젊었을 땐

 

어쩌다

 

내 이름에 대답하고

 

 

 

늙어서는

 

친정따라

 

택호가 이름인 듯

 

 

 

하더니

 

이제는

 

내 이름도 잊어버려

 

 

 

동생도 나도

 

모두가

 

'야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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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옥양목 치마에 같은 천으로 된 앞치마,

하얀 끈으로 뒤를 묶고

같은 모양으로 머리를 묶어 비녀를 콕 찔렀던 모습,

 

꽃을 좋아함으로 부엌 귀퉁이에 조팝꽃이

봄부터 겨울까지, 아니

이듬해 다시 필 때 까지  

거스름을 뒤집어 쓴 채

엄마의 청춘처럼 시들어 가던 날들..

 

흙먼지 날리는 부엌바닥에 수수로 만든 빗자루로

맨질거리는 바닥이 나오도록 쓸어대던 손길.

커다란 가마솥 뚜껑을 열면

거기

하얀 김 아래로 감자가 얹혔고  보랏빛 가지가 얹혔고

초록의 호박잎이 얹혔고

자박한 된장그릇이 비밀스럽게 얹혀있던 그 날들..

 

돌아보니 모든건 엄마의 젊음이었고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고

끊을 수 없는 숨 줄이었음을...

 

여든 넘은 엄마의 망가져가는 육신과 정신줄이 보기 싫어

차라리 고개 돌리는 나의 모습//

"자야가? 난이가? 옥이가? 숙이가?

아참 옥이제?"

더듬어가는 힘없고 낡은 목소리..

언제까지,

어느만큼 더 들을 수 있을까. 

 

지난한 가난속에서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명절의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기 위하여

이맘때쯤 빈 지갑을 확인하며

곡식이라도 퍼담으며

양말을, 티셔츠를, 밀가루 가득하게 묻은 나일론 바지를

준비하던 엄마의 젊음이 그립기만...

 

엄마.

권 복 순 여사님,

 

지금의 내 나이때

홀연히 혼자가 되신 엄마를 기억합니다.

 

가을이 깊어갈 쯤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정신줄 놓지 말으시기를...

 

병약한 딸을 잊지 못해 눈가를 훔치시던 엄마의 셋째딸입니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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