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름
장 대 규
여든 넘은 울 엄마
여태,
이름이 없다
젊었을 땐
어쩌다
내 이름에 대답하고
늙어서는
친정따라
택호가 이름인 듯
하더니
이제는
내 이름도 잊어버려
동생도 나도
모두가
'야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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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옥양목 치마에 같은 천으로 된 앞치마,
하얀 끈으로 뒤를 묶고
같은 모양으로 머리를 묶어 비녀를 콕 찔렀던 모습,
꽃을 좋아함으로 부엌 귀퉁이에 조팝꽃이
봄부터 겨울까지, 아니
이듬해 다시 필 때 까지
거스름을 뒤집어 쓴 채
엄마의 청춘처럼 시들어 가던 날들..
흙먼지 날리는 부엌바닥에 수수로 만든 빗자루로
맨질거리는 바닥이 나오도록 쓸어대던 손길.
커다란 가마솥 뚜껑을 열면
거기
하얀 김 아래로 감자가 얹혔고 보랏빛 가지가 얹혔고
초록의 호박잎이 얹혔고
자박한 된장그릇이 비밀스럽게 얹혀있던 그 날들..
돌아보니 모든건 엄마의 젊음이었고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고
끊을 수 없는 숨 줄이었음을...
여든 넘은 엄마의 망가져가는 육신과 정신줄이 보기 싫어
차라리 고개 돌리는 나의 모습//
"자야가? 난이가? 옥이가? 숙이가?
아참 옥이제?"
더듬어가는 힘없고 낡은 목소리..
언제까지,
어느만큼 더 들을 수 있을까.
지난한 가난속에서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명절의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기 위하여
이맘때쯤 빈 지갑을 확인하며
곡식이라도 퍼담으며
양말을, 티셔츠를, 밀가루 가득하게 묻은 나일론 바지를
준비하던 엄마의 젊음이 그립기만...
엄마.
권 복 순 여사님,
지금의 내 나이때
홀연히 혼자가 되신 엄마를 기억합니다.
가을이 깊어갈 쯤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정신줄 놓지 말으시기를...
병약한 딸을 잊지 못해 눈가를 훔치시던 엄마의 셋째딸입니다.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