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갈 대

여디디아 2011. 9. 20. 16:53

품종 Cortaderia selloana

 

 

 

 

갈      대

 

 

- 신경림(1936~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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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알고 있었던 때가

정말 언제까지였을까.

 

가난한 유년은 부유한 친구들을 향하여 

말로 할 수 없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가난과 부유함으로 인하여 울지는 않아도 되는 거..

넘어지고 깨어지고 피가 흐르고 생살이 벗겨질 때,

그때만 울어도 되는줄 알았던 그때.   

 

아, 또 언제까지였더라 ?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몹시 고되고 힘든때,

소리내어 울었던 것이 언제더라?

 

그리고 언제부터였을까.

울고 싶어도 소리내지 못하는 것,

그냥 눈물만 줄줄이 흘러야 했던 때..

 

그래도 그때까지는 아직 청청했고 

자존심은 질긴 고무줄처럼 질기고 탱탱했고..

끝없는 욕심은 힘줄보다 더 새파란 자신감으로 충천했을때가 아니었을까.

 

그날이 언제더라?

소리내지 않고, 온몸이 눈물이 되던 그날이..

속울음을 배움으로 꾸역꾸역 눈물을 안으로 안으로 삼키던  그 날,

지금까지의 나는 사치였고 허영이었을만치  

행복했음을 깨달았던 그날!!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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