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5일~ 2012년 6월 6일
서슬푸른 내 젊은 날들과 함께했던 마티즈,
둘도 없는 친구였고 어디를 가더라도 신랑이 움직여주어야 했던 불편함과 성가심을 단번에 해결해 주었던
사랑하는 녹색의 나의 애마,
레이저테크를 그만두고 주현이가 대학졸업을 하고부터는 내가 사용하는 시간보다
은근히 아들이 사용하는 시간이 잦아지는가 했더니,
젊은 남자의 혈기탓인지,
스스로의 노화탓인지,
근래들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고 노화한 만큼 가난한 지갑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내가 타면 아직은 괜찮을텐데..'하는 마음은 속으로만 하고
카레이서처럼 휙휙 날아가는 아들을 보면 오금이 저려왔다.
'내가 탔으면 아직은 끄덕도 없을텐데'라는 말에
'엄마가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여놔서 그렇다' 라는 주현이.
5월 28일, 주현이가 대전을 가는 한밤중에 이천의 고속도로에서 급기야 마티즈가
드러눕고 말았다.
몇년전 청주고속도로에서 예고없이 드러누워서 우리를 당황시키던 CGV라는 부분이 고장이 난 것이다.
갑작스런 소식에 밤잠을 설쳤지만 레카에 끌려서 남양주까지 온 마티즈와 아들을 보니
뭔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함을 깨닫고
새로운 경차 '스파크'로 교체하기로 했다.
주제를 파악하기 보다는 젊음이 우선이고,
젊음이 주는 혈기와 오만함이 먼저인 탓인지,
주현인 경차보다는 소형차를 원했고
보이지 않는 배갯잍 송사는 '절대로 안된다'를 외쳤다.
당장 차가 없이는 출근하기 힘든 아들이 하루종일 인터넷을 들락거리며 스파크에 대해 검색하고
안전도가 높은 자동차에 대해 검색한 결과
스파크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리고 퇴근길에 들러 계약을 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스파크는 당당한 모습으로 아들의 손에 건네지고
나의 애마인 마티즈는 후줄그레한 모습으로 인천으로 끌려가는 오늘아침,
작별인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만져보고 쓰다듬는 마음엔 함께한 세월들이 한순간의 일처럼 떠오른다.
어쩐지 저 작은 마티즈가 그동안의 나를 속까지 알아주는 것도 같고
나와의 작별이 못내 서운한것도 같다.
아들을 군대보내는 심정일까?
주책스레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징징거리며 울었으니...
마티즈가 떠났다.
이젠 영영 나를 만나지 못하는 곳으로 떠났다.
어디를 가든지 좋은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주인님을 모시며 잘 굴러가길 바라며
사랑하는 마티즈야, 잘가라.
굿 바이, 마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