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여름휴가(소양강 추곡낚시터 절골)

여디디아 2012. 8. 6. 12:03

 

 

 

 

 

 

 

 

 

 

 

 

 

 

 

 

 

 

 

 

 

더위를 피해서 온 것일까,

사람을 피해서 온 것일까,

근래들어 부쩍 발걸음이 뜸한 고객의 발자욱을 잠시 마음놓고 피하기 위함일까.

 

날마다 상승하는 온도는 지치게 하고, 짜증나게 하고, 고단하게 했기에,

변화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반복되는 일상의 자유로운 변화는 "휴가"라는 이름으로 오랫만에 찾은 사무실앞에서 "여름휴가"라고 인쇄된 A4용지의 

작은 메모를 보는순간 용납되어지는 마음임을 알기에 

소양강 언덕에서 강물위를 지나고, 달맞이 꽃이 환한 들판을 지나서

산기슭에 차려진 텐트안에 와서 휘저어 주는 바람 한줄기가 자유롭다.

드문드문 난폭한 바람이 불어와 누군가의 발소리만 같아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고, 그것조차 미덥지 않아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누구세요?"라고 묻지만, 언제그랬냐는 듯이 바람이 지난 자리에 초록의 나뭇잎이 가리운 하늘을 보여주다 숨기는,

숨바꼭질을 할 뿐이다.

 

"계곡물이 풍성해서 참 좋다"는 사탕발림이 이곳을 향한 마음 굳히기 한판으로 나를 이끌었고,

"넓고 평평한 곳에 텐트를 치고 계곡에 물놀이 하시라"는 소설속의 풍경인 듯한 표현속에 나의 결정에 대한 탁월함에 미소지은지 채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거짓말은 누군가의 생계수단을 위한 필요가 될 수 있음과,

지나친 과장은 미안함이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앞에,

마음이 푹 꺾여진다.

 

음력 보름의 근처일까,

어젯밤 동해쪽에서 솟아오르는 달은 벌거벗은 몸뚱어리 그대로, 가리지도 않은채 두둥실 떠올랐다.

새해첫날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 한해의 마지막 시간과 새로운 한해의 첫 시간을 오로지 해가 솟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달려가는

사람들앞에 서서히 붉은 모습을 들어올리는 태양처럼, 어젯밤 소양가에 떠오르던 달이 그러했다.

어느순간 휘영청 솟은 보름달은 소양강 속에 하나를 담그고, 

구름사이로 보이는 하늘위에 하나를 올려 놓았더랬다.      

구름을 비껴간 보름달은 밤을 낮처럼 환하게 만들어 놓았다.

 

환한 보름달이 보이는 소양강에 알아들을 수 없는 풀벌레들의 대화는 밤이 깊은줄도 모르고,

잠자리에 들 시간도 모른채 기어히 내가 먼저 책을 덮고 눈을 감고 귀를 닫게 만들었다.

                                                                                                                               2012. 8. 3 밤 

 

 

추곡낚시터 절골..

소양강에서 배를 타고 20여분을 들어간 절골이란 작은 골짜기, 

긴 가뭄으로 인해 계곡이란 사실을 일깨운 건 작은 물줄기였고, 작은 물줄기에 서늘한 기운은 우리가 피서를 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텐트를 칠 자리가 마땅치 않아 많은 짐을 들고 왔다갔다한 불편함, 

이튿날아침, 먼저 자리를 뜬 이웃이 그 자리가 좋다고 옮기라는 말에 다시 이사를 했던 고생은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사실을 가르쳐주고, 몇번의 짐을 들고남을 순순히 따르던 세현이가 있어 그나마 행복한 휴가였음을...

 

고생타령, 입을 내밀고 불평을 툭툭 내뱉는 엄마에 대한 배려였을까,

본의 아니게 고생시킨 아빠에 대한 배려였을까.

"고생은 했지만 재밌었어요. 다음엔 호텔이 있는 곳으로 가자~"라는

세현이의 한마디에 더 이상의 바가지도, 더 이상의 변명도 물론 더 이상의 말도 필요없음을...

 

계곡에서 먹은 비빔국수와 찐 감자와 살치구이와 물냉면까지..

옆자리의 강태공이 주신 붕어 한마리로 만든 매운탕의 알싸한 맛이 어느새 그리워지는걸보니 

즐거운 휴가였다고... 말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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