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가시고백

여디디아 2012. 3.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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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시 고 백

 

김 려 령 / 비룡소

 

 

평내광고에서 일한지도 어느새 7개월이 지나고 있다.

힘겨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시작했을 때, 자유로운 시간속에서 마음껏 즐기던 자유가 다시금 얽매인다는 생각에 겨울이 오고 흰 눈이 쌓이고 투명한 얼음길 위에서도 불평이었고 불만이었다.

봄이면 나물을 제공하고 각각의 봄꽃을 선물하고 무엇보다 연록색의 자연이 눈이 부시어 아침마다 산을 찾았고

여름이되자 슬금슬금 자리 한쪽을 내어주는 그늘이 고마워 다시 아침이면 산을 찾았는데,

그렇게 가을이면 고운 색의 나뭇잎과 황톳길을 걷고 싶었는데..

한 순간에 자유를 놓아버리는 마음은 툭하면 튀어나오는 불평이었고 불만일 수 밖에 없었다.

 

사무실에서 현수막 디자인을 하고, 명함을 제작하고, 전단지를 제작하다보니 앉아잇는 시간이 길어지고

운동량보다 접혀지는 뱃살이 더욱 짜증나게 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듣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굳어지는 내 마음을 풀어주는데 작은 위로를 가져다 준다.

기독교방송을 종일 켜놓고 있자니 프로그램을 외우고 진행자의 취향까지 은근히 알게 된다.

그중에서도 오후 4시에 방송되는 '유영재의 가요속으로'는 퇴근시간을 데려오고, 유영재씨의 솔직한 멘트탓에 친근감이 느껴진다. 금요일에 방송되는 '라디오책방'에 쌓여진 독후감을 올렸더니 책 2권이 떡~하니 도착하던 날, 

횡재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권이 가시고백이다.

 

'가시고백'은 고2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하고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고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특별한 작가의 문체가 드러나지도 않고, 멸치국물을 우려내듯이 우려나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면도날로 도려내듯한 섬세함이 그려진 것도 아니다.

10대를 지나고있는 학생들이 한번쯤 읽어봄직한 그런.. 이야기이다.

 

가난때문도 아니고, 특별한 욕심때문도 아닌, 엄마를 닮아 예민한 손을 가진 해일이의 도둑질의 과정과 이후에 느끼는 자책감,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으로 어느 한곳에도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풀어놓지 못하고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기다리는 지란은 옛아빠를 미워하지도 못하고 사랑하지도 못하는 애증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세상 누구에게도 따뜻한 마음 대신 독이든 사과를 먼저 건네는 미연이.

평범한 가정의 부부싸움과 화해의 과정들..

 

도둑질을 하면서도 누군가 제지해 주길 기다리던 해일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일을 고백함으로 용서받으며,

옛아빠와의 관계를 회복함으로 새아빠와의 관계까지 회복한 지란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

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시를 고백함으로 관계가 회복되며 자신을 회복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모두가 가시를 가지고 살아간다.

내 마음속에 박힌 가시는 어떤 모양이며 어떤 것일까.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일들,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아픔들,

속으로 속으로 들이키며 스스로를 속이고 스스로를 찌르는 일들을 용기를 가지고 드러내며 고백함으로

자유를 느끼고 진정성을 회복한다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또한 사람이며 자존심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내 속에도 가시가 있다.  

그 가시를 아프다고 하지 못하고 참고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가시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후폭풍이 두려워서인지 모르겠다.

 

하기사 살아가면서 가시없는 인생이 어디있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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