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소풍

여디디아 2010. 8. 11. 17:01

 

                                                                                                   친구와 먹으라고 준비한 저녁 도시락

 

 

 

 

 

                                                                                                        세현이와 둘이서 먹을 점심도시락

 

 

 

 

 

 

 

 

 

 

 

 

 

귀  천

 

천 상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세현아~

우리 둘만이 가지는 이 은밀하고도 아름다운 시간,

내가 얼마나 사모한 시간인지, 행복해 하는지를 너는 알까?

 

유치원 때부터 혼자서 다니던 너를 생각하면 늘 미안했던 마음,

엄마가 필요한 시기에 함께 해주지 못했던 유년의 시간들,

자질구레한 숙제조차도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네 텅 빈 자리들,

네가 받았던 겨울바람과 네가 맞았던 여름비,

혼자서 걸었던 봄길과 쓸쓸하게 돌아왔을 가을 날의 빈 집..

 

네 목에 걸려있던 열쇠와 현관에 부딪히는 쇠붙임의 찬 기운이 지금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진단다.

잠을 자기위해 누우면 손과 발이 시리고 또 가끔 저리는 현상이 내 육신의 쇠퇴함보다는

네 어린날의 시린 마음이었다는걸 느낄 때마다 내 마음은 또 얼마나 저릿저릿한지.

 

일주일에 한번 단국대로 달려가 폭포앞 정자에서 도시락을 펼쳐 놓으며 맞이하는 점심시간,

텅 빈 교정이지만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고 시원한 폭포가 앞에 있고 푸른 잔디가 나봇하게 깔린 커다란 교정,

깨끗이 정돈된 정자와 의자에서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먹는 점심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란다.

어쩌면 너는 극성스런 엄마의 소꿉놀이에 부끄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며 행복해함을 알기에 반갑게 맞아주며 맛있게 먹어주는 섬세한 배려가 또 고맙단다.

 

여름방학이지만 공부하기 위해 기숙사에 머물며  주말에 집으로 왔다가 주일예배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는 너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먹는 것이 부실할까봐 마음이 쓰이기도 하단다.

적은 용돈으로 세끼 식사를 해결하고 틈틈히 토익시험도 보느라 어려울테지만 가진 것으로 해결하려는 너를 알기에

이렇게라도 너와의 시간을 가지고 싶고 맛난 음식을 먹이고도 싶은 엄마의 마음까지도 이미 너는 헤아리리라.

 

사랑하는 세현아^^*

일주일에 한번씩 가지는 시간이 난 소풍이라고 여긴다.

소풍가는 마음으로 이것저것을 챙기고 도시락을 싸는 내 마음은 소풍가는 어린이의 마음과 다를게 없단다.

엄마가 직장을 다니지 않음을,

네가 군대에 있지 않음으로,

네가 해외에 가 있지 않음으로,

엄마가 건강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니?

 

사랑하는 아들 세현아^^*

가능한 날까지 우리 이런 점심 데이트를 즐기자.

늙어가는 엄마의 행복이라 여기며 효도하는 마음으로 맛나게 먹어주고 반갑게 맞이해주렴.

 

우리 세현이의 앞날을 하나님께 내려놓으며 기도로 응원하며 늘 든든한 엄마의 모습이길 바래며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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