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말년병장!!

여디디아 2010. 2. 2. 00:12

 

                        4살쯤? 마로니에 백일장에 따라가서 길거리 화가가 스케치한 세현이의 모습 

 

 

 

책을 읽어도, 영어단어를 외워도, 수학문제를 풀어도..

아무리 많은 페이지를 넘겨도, 아무리 많은 영어단어를 외워도,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또 풀어도 여전히 꿈쩍하지 않는 시간들..

좀체 넘어가지 않는 날짜들..

지리하고 긴긴 시간들과의 싸움에서 행여 네 스스로 넘어져 버릴까봐,

그래서 숨이 멎을까봐 제대를 한달 앞둔 내 마음이 애닯다.

 

사랑하는 아들 세현아^^*

'엄마 시간이 안가서 죽겠어~'라는 네 말을 들으며 난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잖아도 낮에 형이 '지금쯤 시간이 가지 않아서 죽을 맛일거야'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듯이 전화를 해서 조급한 마음을 드러내는 너에게 내가 한 말은 무엇이었지?

'예배 잘 드리고 책 읽고, 그리고 추억을 많이 만들어라. 네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들이다'..

군대에 가보지 않은 내가 지금 네 심정을 어떻게 알겠니?

그저 무책임하고 할말이 없는 엄마의 입장을 그렇게 밖에는 말할 수 없더구나.

 

세현아^^*

여전히 군복을 입고 쇼핑백을 든 군인들을 보면 나는 너를 보는듯이 마음이 짠하고 네가 아님을 알면서도 혹시 너인가 싶어서, 사랑하는 내 작은아들이 거기 서있나 싶어서 다시금 확인하곤 한단다.

처음 휴가를 올 때처럼 아직도 네가 오는 날은 버선발을 내디디며 달려나가고 싶은데 엄마를 향하여 눈물글썽이던 너는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를 만나고 다른 볼일도 봄으로 나를 서운케 하더구나.

 

세현아^^*

봄이 오고 있다.

마음 가득히 사모하던 봄이라 차마 입 밖으로도 낼 수 없었던 새봄에 대한 기다림..이제서야 마음놓고 입밖으로 뱉어낼 수도 있게 되었구나.

봄, 봄..

자꾸 부르다보면 나를 지나쳐서 어딘가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단다.     

봄이 내게로 와 닿기도 전에 어딘가로 분해될 것 같고, 맹추위를 떨치는 겨울이 새봄을 삼켜 버릴것도 같았단다.

멀리보이는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소리는 나뭇가지 끝의 파릇한 기운이 대신하고 한낮의 햇살속에 어느새 봄볕이 성급하게 얹힘으로 나른한 피로가 잠을 데려옴도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일테지?

 

사랑하는 우리세현아^^*

꽃샘추위가 우리네 옷깃을 여미게 할 때쯤, 남쪽에선 이미  봄꽃이 만연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쯤엔 너도 내곁으로 돌아올테지?

정확히 38일 남은 날이지만 그중에 15일이 휴가이니 충분히 견딜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잘 견뎌온 우리 세현이가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한지.

 

마지막 그날까지 마른 풀잎에도 조심, 날아가는 파리에도 조심하라는 이모의 말이 웃고 넘기는 말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 날들이다.

이제 대한민국 남자로서의 의무를 잘 소화하고 돌아올 사랑하는 세현이를 기다리는 엄마는 이 밤에도 잠을 설치며 너를 그리워한다. 

 

사랑하는 세현씨^^*

보고싶어요!! 

'사랑하는 세현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축하^^*  (0) 2010.04.16
제대했습니다^^*  (0) 2010.03.10
육군 김병장^^*  (0) 2009.12.01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일..  (0) 2009.11.17
세현아^^*  (0) 200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