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일..

여디디아 2009. 11. 17. 23:14

 

 

 

비 오는 날

 

평내초등학교 3학년 5반  김 세 현 

 

한 달 쯤 전의 일이다.

아침에는 맑은 날씨여서 우산을 안가지고 학교에 갔다.

학교수업이 끝날때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친구들은 엄마가 가지고 데리러 오셨는데 나는 비를 맞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엄마가 버스정류장에서 우산을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하셨다.

나는 우산을 가지고 농협앞으로 뛰어가서 엄마와 같이 우산을 쓰고 집으로 오는데

우산이 작아서 엄마와 나는 옷이 다 젖었다.

그래도 나는 엄마와 같이 비 속을 걸어오는 것이 참 좋았다.

 

1996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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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지

 

참으로 많이 사랑하는 세현씨!

 

우리 말이야,

그저께 유명산에 갔을 때, 많은 나무와 풀과 꽃과 맑은 물을 보았었잖아 그치?

그때 세현이는 무얼 생각했을까.

그냥 나무구나 풀이구나 그렇게 마음을 열지 않고 보고만 왔었니, 정말 그랬었니?

엄만 말이야,

한창 물이 차올라 커가는 이파리가 한들거리는 모습이 우리 세현이가 자라는 모습같았고 맑게 흐르는 시냇물은 깨끗한 세현이의 마음 같았단다.

파란 나뭇잎같은 소망과 맑은 시냇물 같은 정직함과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소리

같은 밝은 마음으로 우리 세현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싶었단다.

또 그럴거라고 믿어.

세현아!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네가 요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미울때가 있는거,

 너도 잘 알지?

엄마 몸이 좋지 않을 때 엄마 말씀 더욱 잘 순종하는 어린이가 되어야겠지?

좋으신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과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이

아빠 엄마에겐 큰 기쁨이구나.

예수님안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세현씨 되길 기도해요!

I  LOVE  YOU!!

 

1996. 5. 21

늘 기도하는 엄마 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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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는 중에 잃어버린줄 알았던 사진꾸러미를 찾았습니다.

몇날 며칠을 정리하고나니 세현이 초등학교 부스러기들이 왕창 쏟아졌습니다.

역시 화일에 하나씩 정리를 해주다가 제가 쓴 편지와 세현이의 글이 마음에 닿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지나간 날은 늘 아름답고 안타깝고 부족한 것 뿐입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도 부족하고 안타까운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세현이 어린이가 이젠 육군 병장의 건장한 대한의 남아가 되었습니다.

감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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