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소요산

여디디아 2009. 11. 19. 15:16

 

 

 

 

 

 

 

 

 

 

매주 토요일에 떠나는 산행이지만 10월 31일에 임희택집사님네 둘째따님의 결혼식이 있었고, 11월 7일에는 새가족초청 페스티벌이 있어 백봉산을 오르고. 오랫만에 평내를 떠나서 소요산으로 향한 아침,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자 한껏 부푼 마음을 짓밟듯이 겨울이 냉큼 우리앞에 기다린다.

날려갈 듯한 바람과 급강하한 온도..

두꺼운 옷을 준비하고 출발한 소요산은 의외로 멀다.

 

매월당 김시습과 양사은이 이 산에 들어와서 산이 좋아서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소요산이라고 하고, 미군기지가 근방에 있음으로 잦은 소요가 일어난다고 해서 소요산이라고도 한다고 하니..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지.

아무래도 전자의 뜻이 맞는 듯 하다.

 

20대의 푸르던 청춘이던 때, 푸르죽죽한 바지를 입고 커다란 배낭을 매고, 산이 좋아서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들이 희희낙락하면서 떼를 지어 몰려왔다가 웃고 떠들다 돌아갔던 곳..

만만한 곳이 아님에도 그렇게 만만했던 이유는 성북역에서 기차를 타면 소요산역에다가 우리를 내려다 주었고, 킬킬거리며 놀다가 시간에 맞추어 소요산역으로 오면 다시 육중한 기차가 우리를 성북역에다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리라.

툭 하면 소요산으로 내달았던 아슴한 기억은 여전히 그립고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건만  30년이 지난 후의 소요산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예전처럼 청춘남녀들이 함께 올라와 시시덕거리는 산행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교회에서 거룩한 모습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성도들간의 어려운 사이가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 산행은 장로님이 두분이나 계시니.. 

계곡을 올라가던 일은 그야말로 옛일이고 켜켜이 계단이 놓였고 밧줄이 탱탱하게 매였다.

끝이 없을만치 이어진 경사진 오르막길은 뇌가 시키기도 전에 이미 '에고' 소리와 힘들다는 소리가 툭툭 불거져 나온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하백운대와 중백운대, 상백운대를 지나고 나한대와 의상대를 지나고 공주봉에 이르러서야  식은 도시락을 먹었다.

바람이 불고 햇볕이 보이지 않는 소요산은 안개가 짙고 벌거벗은 겨울나무가 더욱 스산한 모습을 보여줌으로 종일 춥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산을 오를 대마다 느끼는 것은 어느 산이든지 결코 녹록한 산은 없다는 것과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오르기 힘든만치 보람도 느껴지는 산행이다.

내려오는 길엔 여유가 생겨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스무살적처럼 깔깔거리며 환한 웃음도 날려본다.

건강함으로 함께 산을 즐기는 성도들이 계심으로 더욱 행복한 산행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겨울산이다.

다음주는 또 어느 산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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