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남자라면 의무적으로 가야하는 군대이지만 여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곳이 군대이다.
군대를 가볼 생각을 꿈속에라도 해보지 않은 내가 남자들만이 요랸하게 다녀오는 군대에 대해서 알 리가 없다, 그나마 아들 둘을 군대 보내고나니 주위에서 '국방부 직원같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군대에 가기 위한 준비와 훈련받는 아들들에게 필요한 것, 언제쯤 면회가 시작되며 언제쯤 휴가를 나올 수 있는지, 언제쯤 전화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며 언제까지 효자인지, 지극한 효자에서 다시 예전의 자유분방한 아들로 돌아오는 시기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으니.. ㅋㅋ
11월이면 병장이 되는 세현인 이제 서서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이다.
선임이 8명이고 후임이 40여명이 된다니 이젠 중고참을 넘어서 거의 하나님과 맞먹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끔찍하게 부모님을 찾던 마음도 이젠 서서히 사그러질 때가 되고, 대신 친구들과의 왕래가 빈번해질 때이기도 하다.
빠지지 않게 엄마 아빠의 지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때이다.
걸맞게 먼저 군복을 입은 친구들이 하나씩 자유를 찾아 사회로 나아오고 2년간의 군생활을 벗어난만큼 추레해진 모습들로, 무언가를 해내었다는 자신감은 오직 혼자만이 군복무를 한 것 같은 오만함까지 곁들여진다.
3월 10일에 전역한다는 확실한 날짜는 변함이 없을테고, 그때까지 한달에 한번씩 나오지 않으면 휴가를 다 찾아먹지 못함으로 매월 집으로 오겠다는 선언을 해놓은채 3박4일의 휴가를 오기로 했는데 부대에서 누군가 무슨 큰 잘못을 했는지 휴가가 2일씩 잘리고 았앗다니... 그나마 세현인 1일만 잘렸다고 한다.
요즘 산에 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이고 예전에 관심이 없던 산에 마음이 갔는데 형의 말에 의하면 '우리엄마 요즘 산타할머니 됐다'는 말에 엄마랑 함께 등산을 가자는 말에 나는 감개무량할 수 밖에 없다는....
기다리던 금요일 새벽, 토요일과 주일은 시간이 없으니 금요일이 아니면 황금같은 기회가 없어짐을 깨닫고 새벽에 평택으로 세현일 데리러 갔다. 정확히 7시10분에 부대앞에 도착하여 차를 돌리는데 세현이가 나온다. '정말 산에 같이 가주려나...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집에가서 밥을 먹고 산에 가자는 세현이 말에 '백봉산 정상까지 내가 업고갈께'.. 이 무슨 아부란 말인지.
배낭을 메고 산으로 오르는 길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즐겁다.
어릴적 유난히 운동을 싫어하고 산을 싫어하던 세현이다.
주현이가 연을 날리며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날아다닐 때, 기껏 고추잠자리 잡으로 언덕을 오르던 녀석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 가족이 함께 유명산을 올랐을 때, 거의 울듯하던 녀석과의 산행이 마지막이었다.
'엄마, 이제 생각하니 진작에 운동을 할걸 왜 그랬나 모르겠어'라고...
어릴적 소풍을 왔던 백봉산의 모습이 언뜻 생각난 듯도 하고 전혀 낯선듯도 하단다.
유년의 기억은 늘 우리를 아슴한 그리움의 세계로 몰아간다.
' 녀석도 많이 컸구나, 어릴적 기억을 추억하다니..'
중턱에서 커피를 마시고 능선을 따라서 정상으로 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곱게 물든 단풍나무앞에서 폼도 잡아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아줌마들이 아들과 등산하는 나를 보고 부럽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니 사람들이 많다.
정상을 넘어 서울리조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니 호평동과 평내동이 발아래 있다.
감격한 세현이가 연신 폼을 잡으며 멋지다를 연발한다.
세현이가 오면 주려고 만들었던 약밥을 나누어 먹고, 포도와 고구마와 호박까지 나누어 먹으니 밥 생각은 없다. 올라오던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오며 지나는 다람쥐를 한참동안 바라보기도 하고, 도망가는 청설모를 지켜보기도 하고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줏어 마음속에 심기도 하며 가을산을 내려오는 마음은 하늘위를 나는 듯하다.
효도관광이란게 있다.
자식들이 돈을 들여 부모님을 외국으로 보내드리는 관광을 말한다.
나는 우리 아들들의 효도관광은 달랐으면 좋겠다.
비싼 돈을 들여 외국으로 보내주는 것보다 뒷동산이라도 함께 가주면 좋겠다.
스틱을 짚는 나를 보고 '우리엄마 이 다음에 저걸로 땅을 짚겠지"라는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곁에서 느끼고 애달픈 눈망울에 잠시 머무는 물기를 보며 긴 손가락의 아들의 손을 가만히 잡아보고 싶다.
'네가 내 곁에 잇어서 엄마는 얼마나 좋은지...
엄마가 내 엄마임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런 연결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아들들과 함께 뒷산에라도 오를 수 있는 것이 효도관광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