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명성산

여디디아 2009. 10. 11. 23:56

 

 

 

 

 

 

 

 

 

 

 

 

 

 

 

 

 

 

 

 

 

며칠전부터 이상한 소리를 들은 듯하다.

누군가 몸을 비비는 소리같기도 하고, 도둑이 살며시 문을 열어젖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이른 새벽에 도착한 중앙일보가 가을바람에 실려 몸을 뒤척이는 듯도 하고, 책상위에 얹힌 서류 한장이 가을햇살에 몸을 뒤틀며 홀로 뒹구는 듯도 하고..

곰곰히 생각하니 으악새가 울었던 모양이다.

으악새의 울음소리만치 어느새 깊어가는 가을은 나와는 상관없이 저혼가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을...

 

토요산행이지만 10월이라 이어지는 결혼식으로 인하여 점점 줄어드는 성도들,

차량으로 수고해 주시는 박금애집사님이 친정나들이로 해남을 가셨다는 소식에 가까운 천마산을 오르자고 마음을 굳히고 점심도 준비하지 않은채로 모인 주말아침,

 

 모든건 때가 있는 법이라며 억새축제를 하고 있는 명성산을 오르자는 임상희 집사님이 집에 가셔서 차를 가지고 나타나시고, 예정에 없던 포천의 명성산을 향하여 가는 내내 곽남숙집사는 행복에 겨워 어쩔줄을 모른다.

 

1시간 30분을 달려서 도착한 명성산,

억새축제로 인하여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다.

자가용만이 아니라 전세버스가 즐비하게 주차장을 메우고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갖춘 이들은 고운 단풍만큼이나 곱다.

세살박이 꼬마로부터 칠순의 어르신까지.. 모두가 억새축제에 참여하고자 정상을 향하여 전진하는 모습은 마치 피난민 행렬과 같다. 좁은 등산로에 꽉찬 사람들, 긴 가뭄으로 인하여 먼지는 시멘트 가루처럼 미세하고 앞사람이 내딛는 걸음만큼 먼지는 다음사람의 콧속으로 스며든다.

 

30분을 오르다 사람이 많아서 다른 길로 택하자는 우리의 가이드 임집사님,

계곡길을 오르는데 만만치가 않다. 험한 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날카로운 돌짝길일는지 누가 알았으랴.

중간즘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임희택집사님이 고통을 호소하신다.

얼굴이 하얘지시고 숨이 가빠지시는 모습이 위태로운 모습이시다.

평소에 혈압약을 드시는데 오르막길을 오르시니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신 모양이다.  급히 배 한조각을 드시고 물을 드시더니 정상으로 회복하신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일이다.

등산할 때는 필히 초코렛을 준비할 것, 그리고 청심환을 준비할 것...

모두가 반성을 하고 다음부터는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정상에 오르니 억새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가뭄으로 인하여 억새가 윤기가 흐르지 않고 비실거린다고 한다.

하얗게 물결치는 억새밭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밀리는 사람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억새를 구경하기보다는 사람을 쫓아가기에 바쁘다.

팔각정에 이르니 빨간우체통이 있고 지금 편지를 쓰면 정확히 1년후에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남필희집사로 부터 들은 이야기라 편지 한장을 써서 빨간우체통에 넣었다. 내년 이맘때 받아보리라 여기며..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든든하다.

산정호수위로 작은 배들이 떠다니고, 끝없이 펼쳐진 철원평야엔 잘익은 벼들이 황금물결을 치며 풍년을 자랑하고 있다. 철원오대쌀이 저기에서 생산되는구나..  내눈이 볼 수 있는 끝간데까지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음으로 감탄과 감동이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고만다.

맞은편에 보이는 전찻길, 탱크가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전쟁시에 탱크가 다닐 길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의 전쟁에도 탱크가 필요할까??

 

삼각봉을 목표로 잡았지만 임집사님과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삼각봉을 1.4킬로 앞두고 돌아서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나무로 된 계단과 돌로된 계단길이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은 말로서, 글로서 표현하자면 계단이지만 실제로는 계단이라고 하기엔 허풍이 아닐까 싶어진다.

90도로 된 돌계단은 날카롭기도 하고 위태롭기만 하여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다.  온몸과 온맘을 집중하여 내려오는데 여기저기서 조심하시란 말과 힘이 든다는 소리밖에는 들리는 말이 없다.

지금까지 가본 산 중에 가장 난코스가 아닌가 싶다.

 휴우~~

 

산에서 내려오니 산장호수가 우릴 반긴다.

산장호수를 한바퀴 돌면서 축제를 위한 장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억새밭과 철원평야와 빨간우체통과 산정호수..

모두가 인상적이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산이었으니...  ㅋㅋ

 

하나님이 지으신 천지와 만물..

참 아름답고 묘하다.

즐기고 누리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책임도 느낀..

으악새가 울어대는 가을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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