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하얀 꽃을 피우는 배나무
야시장이 펼쳐진다고 준비중인 천막들..
20층으로 우뚝 선 아파트
107동 아파트 뜨락
좋은 소식을 전해주던 우편함
앞베란다에서 바라보이는 전경들
뒷베란다에서 보이는 작은 산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1999년 5월 1일에 입주한 신한아파트.
정확히 10년 5개월을 살았던 이 곳을 어쩌다 생각할 정도로 나는 냉정한 사람이 못된다. 밝은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저녁나절에 집을 향하는 내 발길은 어쩌면 익숙한 이 곳을 찾을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도록, 어쩌면 내가 살아있는 날동안 잊지 못하고 그리워할지도 모르는 곳이다.
앞머리에 노란물을 들인 세현이의 꽁지머리가 귀엽던 초등학교 5학년,
재바르고 단단하기만 하던 주현이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그때,
마흔을 맞이한 나는 언제나처럼 분주하고 허둥대던 모습이었고 남편은 짜여진 시간속에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다른 곳엔 눈도 돌릴 수 없었던 즈음이다.
결혼후 10년만에 삼창아파트 16평을 사므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었고, 다시 10년만에 27평의 아파트를 샀을때.. 물론 기뻤다.
10년동안 세현이와 주현인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생이 되었고,
대한민국 남자로서 으례히 해야될 국방의 의무까지 거침없이 감당하는 동안
모두가 건강하며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으므로 감사가 넘친다.
낮이면 텅 빈 집안에 햇살이 소리없이 머물며 집을 지키다 사람이 들어올 시간이면 슬그머니 비켜가던 집,
바람이 덜컹거리며 고요한 집안공기를 휘저으며 정화시키던 곳,
저녁이면 약속처럼 남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던 곳,
가끔 큰소리가 새어나옴으로 사람들이 사는 집이면 싸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쾅쾅 닫는 문소리는 건강한 남학생이 둘이나 있고, 부모님께 반항중이라는 사실도 깨우쳐 주던 집,
늦은 시간까지 밝혀진 거실의 전등이 들어오지 않은 아들을 기다려 주기도 하고
현관앞에 흩어진 신발짝이 지난새벽에 겨우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무사함을 알리던 아들들..
미워서 눈을 흘기고 분해서 쥐어박던 시간들,
네 가족이 모여앉아 고스톱을 쳤던 명절과 피자를 먹고 닭다리를 잡고 물어뜯던 일, 텔레비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각자 다른 목소리로 웃어제끼던 일..
무엇보다 가족의 성숙함이 눈에 보이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자식만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달리던 시간이지만 이제는 자식들이 부모의 입장을 헤아리며 부모들의 노후를 위해 은근히 부담을 가지는. 생각만치 키도 크고 마음도 자랐다.
때로 힘든 일도 있었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감사하고 기쁜 일이 더욱 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돌아보니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가 틀림없다.
내 힘으로, 내 욕심대로 달려갔을 때와 하나님의 인도하심대로 살았던 때가 얼마나 다른 것인지도 깨우쳤다.
아이들이 자란만치 나도 자랐다.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마음도 넓어지고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많은 추억들을 내마음에 남긴채 정든 이곳을 떠난다.
어쩌다가 아니라 평생 잊혀지지 않을 신한아파트 107동 1703호..
우리가 떠난 자리에 다시 새로운 주인이 들어올텐데 그들에게도 이 집이 행복한 곳이고 더 많이 성장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감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한아파트..
정들었던 곳을 떠나지만 이곳으로 인하여 행복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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