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봄비 내리는 날

여디디아 2009. 8. 16. 16:20

봄비 내리는 날

 

 

 

봄비 내리는 날

 

김한수 지음/     창비

 

이 책이 왜 우리집 책꽂이에 꽂혀 있었을까, 누구의 손에서 전해졌을까..

경로를 알 수 없듯이 책꽂이에 자리를 트지도 못한 채 다른 책 위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는 것이 어쩐지 대우를 받지 못하는 듯하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건성으로 보아 넘기던 책을 집어든건 .. 구입한 책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쌀독에 쌀이 떨어지듯이 어딘가 헛헛한 마음에 집어 들었다.

아님 말고.......의 심정으로.

 

작가 김한수는 전남 장성 출생으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18세부터 노동자 생활을 했다고 한다. 장성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다시 경기도 광주로, 그리고 서울로 흘러들게 된 삶을 보아도 그이의 삶이 평탄하거나 평범한 또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동자 출신으로서 겪은 삶의 모습들을 소설로 썼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삶, 살아내기 위하여 당해야 하는 설움과 멸시, 가난하기 때문에 배울 수 없고, 배우지 못했기에 곤고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모습들.

지독한 가난으로 하여금 죽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그들을 딛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기름진 사람들의 모습들,

결국 빈익빈 부익부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우리는 지배당하며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지겹도록 가난하고 지치도록 서러운 고단한 서민들의 삶이 현실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성장- 아버지와 아들<1988년 발표>

봄비 내리는 날<1990년 발표>

그 무더웠던 여름날의 꿈<1992년 발표>

 

세 편의 중편소설이라지만 결국 이야기는 하나로 모아진다.

<성장>, <봄비 내리는 날>, <그 무더웠던 여름 날>,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정말 지겹도록 가난한 모습들, 사람이 이럴 수도 있을까 싶은 가난,

백만원이 없어서 입주권을 팔아야 하는 가난,

입주시에는 대리입주까지 해야 하는 진저리치는 가난,

기계에 팔이 절단되고도 원망은커녕 보상금마져 전세금으로 때울 수 밖에 없는 가난,

결국 가난으로 하여금 자살을 하고, 아버지를 욕하고, 동료를 배신하는 가난.

그럴 수 밖에 없는 궁핍함과 처절함.

 

 

‘세상을 산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고 짓밟고, 한쪽에선 등이 굽도록 일을 해도 굶주리는데 한쪽에선 일을 안해도 수백억 수천억의 돈을 싸안고 도둑이 들까봐 밤마다 잠을 못 자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모순투성이의 사회, 돈과 권력만 있으면 인간이 인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평화란 낡은 성경이나 법조문 구석에나 있고, 원하는 걸 선택하거나 가질 수 없는 사회, 그 사회에서 삶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권리만 있고 의무만 강요하는 사회,

어머니, 그런데도 참기만 하면 된다고요?‘ (p 106).

 

물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돈이 능력이며 돈이 힘인 사람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들,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사람들,

자기의 편리를 위해서라면 앞과 뒤를 완벽하게 가릴 줄 아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몸을 낮추고 허리를 굽히고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굽신거리는 사람들,

아니, 나만이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아부와 아첨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 간신배 노릇을 하는 사람 또한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또다른 구실과 알지 못하는 빌미로 인하여 해고당하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어느 때부터인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음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따뜻한지.

남을 원망하기 보다는 이웃을 돌아보며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사람들의 손길,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다둑일 줄 아는 심성을 가진 사람들,

그 따뜻한 마음이 있어 가난한 우리는 서로를 버팀목삼아 의지하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지금도 누군가는 세끼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음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다이어트라는 미명하에 행복한 투정을 한다.

 

여섯 살된 아들을 먼저 죽이고 부부가 함께 음독을 했다는 뉴스를 본적이 엊그제 일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웃이 이 순간에도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하며 나만 잘살고 보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이웃을 향하여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오로지 나만을 위하여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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