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그건, 사랑이었네

여디디아 2009. 7. 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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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이지 늦은 오후 여러분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따끈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글을 쓰다 보니 예상치 않았던 이야기까지 줄줄이 딸려 나왔다. 쑥스럽고 어색해서 여태껏 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과 소소한 속사정과 내밀한 신앙 이야기 등 정말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할 정도로 너무나 편안하게 나를 털어 놓았다. 한비야

 

몇 년전 출간되었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독후감을 교보문고 내북로그에다 올렸었다.

마침 한비야가 월드비젼 구호팀장에서 잠시 한국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 기간이었던 것 같다. 하긴 세상 어느 비밀한 구석이든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다음날로 짐을 싸들고 비행기로 날아가는 사람이라 특별한 휴식기라고 할 수도 없다.

독후감을 쓰고 당선되면 한비야와 함께 생맥주 파티를 할 수 있다는 출판사의 광고를 보았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는데 교보문고에서 연락이 왔다.

‘이진옥님, 독후감이 당선되어서 광화문에 있는 무슨무슨 카페로 두 분이서 함께 오실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신랑과 함께 갔던 자리, 푸짐한 생맥주는 구경만 하고(나는 못마시고 신랑은 차를 가지고 감) 럭셔리한 저녁식사를 도도하게 먹고, 한사람씩(당선자들만) 앞으로 나아가 한비야와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한비야가 내게 그랬었다.

‘우리 친한 척 하고 친구같은 모습으로 사진찍자’ 라고....

사람을 아주 편안하게 만들고 기분좋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여자, 한비야.

 

매일아침에 날아드는 교보문고에서 한비야의 신간을 예약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클릭을 하고 책이 출판될 날을 기다리는 열흘은 참으로 길고 지루하기만 했다.

 

그건, 사랑이었네

 

2000년부터 시작한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젼 구호팀장을 내려놓고 9월부터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학에서 다시 공부를 하여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그녀는 열정이 넘치고 에너지가 풍부하게 발산하는 야무지고 당찬 여성이다.

그동안 국제구호팀에서 겪은 일들과 받은 감동과 자신의 일상을 조심스레히, 마음편안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바쁘고 분주한 가운데서도 친구들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의 취미를 즐기며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사람, 동생들에게, 후배들에게, 다음세대를 책임지고 나아갈 학생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을 잔잔한 감동과 씩씩한 가르침으로 써내려간다.

우리가 입으로만 하던 교육들, 보이는 것만을 향하여 대책없이 꿈만 꾸는 어리석음을 벗어나게 하고 꿈을 향하여 지금 당장에 해야 할 일들을 경험으로, 교육적인 차원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세계를 다니며 여행을 하기도 했지만 국제구호단체에서는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과 지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제공하기 위하여, 굶주림으로 질병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하여 홍보하며 기금을 마련하는 일에 환한 웃음과 씩씩한 걸음으로 사명을 감당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사람들앞에서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이 어떤 것이며, 돈을 써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곳에 돈을 써야 옳은지를 분명하게 가르치기도 한다.

훌륭하고 존경받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명예나 지위가 드높은 사람이 아니라 남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을 먹이고 입혀줄 수 있는 사람이란 것도 말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하여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이 이제는 세계에 흩어져있는 가난한 어린이를 위하여 도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고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생과 일반 아저씨와 아줌마들까지도 월드비젼을 위해서 지체없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 역할을 또한 그녀가 한 것이 아닐까.

 

파키스탄 리포트를 읽으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시에라리온과 소말리아, 수단은 이미 여러번 들은 이야기인데도 들을 때마다 새롭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게 옳은 표현이리라.

 

1991년부터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에는 오랜 전통이 있다고 한다. 이건 나도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이기도 하다.

‘여성 할례’로 인하여 여자 어린이들이 심한 고통을 겪으며 그로인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성 할례란 7세에서 10세 여자아이들의 외음부를 부분적으로만 남기고 제거한 다음 꿰맨다는 끔찍한 일이다. 이 일을 행할 때에는 절대로 소리를 내어선 안된다며 울음을 참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고 한다. 당연히 마취도 없이 전문적인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식을 집행한다고 한다.

여성 할례를 행함으로 여자가 성적으로 민감하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해서 소변줄기만 간신히 나올 수 있고, 생리통이 심하며, 생리가 원활하지 못함으로 심한 합병증도 유발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또한 소말리아 전통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을 할 수 없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남부 수단에서는 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은 대략 395리터라고 하는데 수단의 사람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2~3리터라고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물은 짐승들이 거리낌없이 오줌을 누고 배설을 하고 사람들은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하고, 그리고 그들은 그 물을 먹는다고 한다.

그런 물을 마시다보니 살갗을 뚫고 기생충이 나오는 기니아충이 득실거린다고 한다.

온몸에서 실같은 기생충이 기어나온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돈을 물처럼 쓴다‘라는 말은 우리가 물을 얼마나 헛되이 흥청망청 쓰는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잇다.

비록 우리와는 지구 이 끝에서 저 끝에 있을지라도 우리가 조금씩 물을 절수한다면 기니아충으로 죽어가는 수단의 어린이들에게 생수를 공급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수단에 펌프 한 대를 놓는대는 7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펌프 한 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러진 물을 마시며 질병에서 해방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지구의 곳곳에서 물이 없어서, 먹을 것이 없어서 지르는 그들의 비명소리를 우리는 왜 듣지 못하는지.

그들의 소리없는 목소리를 들을 귀가 우리에게 열리길 바래본다.

 

특별히 한비야가 추천하는 스물네권의 책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고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 또한 고맙다.

한 사람이 일년에 책 백권을 읽자..라는 말을 들으니 좀 과한거 아닌가..싶어진다.

일년에 50권이 목표인 나의 독서도 꽤 우쭐했었는데.. 깨갱이다. ^^*

 

9년동안 지구의 구석구석을 돌며 가난한 어린이들을 보살펴준 그녀,

피폐하고 야윈 마음을 찾아가 위로하며 진심어린 눈물을 흘려주고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준 그녀,

내 생명을 내놓더라도 굶어 죽어가는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을 살리고 싶어하는 그 귀한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온 세계의 어린이들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기도가 멈추지 않음에 감사한다.

기도뿐만이 아니라 이를 위해서 헌신하며 공부하며 달려가는 발걸음이 있어서 든든하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음을 고백하는 한비야...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녀.

어디에서 무얼하든지 그 마음 변하지 않으며, 또 다른 영향력으로 게으르고 나태한 내 영혼을 일깨워 줄 것을 믿으며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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