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달나라 도둑

여디디아 2009. 6. 29. 21:07

 

 

 

 

김주영 상상 우화집

달나라 도

 

비  채

 

 

언제나 배고팠고 어딘가 아팠으며 무엇이든 꼴찌였던

어린 시절의 김주영에게 바친다

 

책을 펼치니 '작가의 말' 보다 앞에, '차례'보다도 더 앞에 이런 글이 씌여있다.

자신에게, 유년의 자신에게 바치는 글,

우화라기 보다는 살아온 날에 대한 보상심리(?)일런지,

허기져 휘둘린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림으로 백짓장같은 얼굴로 주린 배인지, 아픈 배인지를 모른체, 이른아침에 집을 나서 노을이 진 시간에 지친 몸으로 돌아오실 엄마를 기다렸던 꼴찌의 모습을 면하지 못한 자신에게 바치는 글이기에 우화인지, 수필인지, 에세이인지를 분간하지 못하겠다.

우화라기엔 현실적이고, 현실적이라기엔 또한 이상이며 꿈이기 때문이다.

 

'길'과 '소년과 소녀', '이야기','인생'과 '꿈'이라는 주제를 두고 주어진 주제만큼 아련한 이야기, 아릿한 이야기, 고쳐져야 할 이야기, 되물림해야 할 이야기, 바라보아야 할 이야기,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 자작자작하게 써내려져 갔다.

 

가난한 유년의 시절을 겪어온 이야기,  배고프고 서러웠던 이야기들, 사람이기에 해야만 하는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 반성이며 교훈이며 추억이며 그리움인 이야기들이 작가의 입을 통하여 어린날의 소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봄이 맞을 듯 하다.

 

짧은 글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상실을 되새기며, 포기함으로  지워진 꿈을 바라보며, 먹고 살기에 급급함으로 남을 생각하기 보다는 오로지 나만을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제주도 올레문학투어에서 김주영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이 새록하게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댓가를 바라지 않고 살아야 하며,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어야 하며, 상상력을 가진채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상상력이란 학생들이나 아이들만이 키우는 꿈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 늙어가는 인생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그럼으로해서 우리의 삶이 윤택하며 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셨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들, 때론 바꼽이 빠지도록 웃기도 하고, 때론 민망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며, 또때론 이해가 되지 않아서 멍한 모습으로 한동안 되새김질을 하던 시간들이었었다.

 

달을 보쌈해가는 상상력..

누군들 쉽게 그런 상상을 할까마는 선생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지.

 

날마다 퇴색되어가는 인간적인 따뜻함들, 웃는 날보다는 찡그린 날들이 훨씬 많아진 주어지는 오늘들..

 

'내 어린시절 감히 가질 수 없었던 무지갯빛 꿈을 담아 상처투성이 소년 김주영에게 바칩니다'   라는 고백처럼,

이 글을 읽으며 상처가 가득한 나에게도 바친다며 슬며시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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