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꽃무지 풀무지

여디디아 2009. 4. 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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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일,

갖가지의 꽃들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피어나는 봄날의 길이는 20일이란다.

즐겨볼 시간도 없이 봄바람에 노곤하게 실려왔다가 휙 지나가버리는 짧은 봄날, 봄꽃..봄향기..

묶여진 시간들 때문에 봄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지나는데 숙희와 경숙이가 오랫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이 왔다.

'봄날이 지나는데 어디에 가면 봄꽃을 마음껏 볼 수 있으며 남은 봄날을 즐길 수 있을까'.. 궁리끝에 가평에 있는 꽃무지 풀무지가 떠올랐다.

 

1시에 퇴근하는 나를 위하여 경숙이는 서울에서 숙희는 평내에서 서둘러 우리회사앞으로 왔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이지만 여전히 어제본 듯 하다.

가평까지 가는동안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데 온 가족의 신상까지 주르르.. 훑어내린다.

 

꽃무지 풀무지로 가는 길은 봄날의 절반쯤이다.

아직도 화사한 진달래가 우릴 반기고 벚꽃들이 길게 늘어서 소녀같은 우리를 더욱 들뜨게 한다.

걸어야 한다고 운동화를 신고 오라고 했는데 입구에 들어서니 각각의 사이즈로 고무신이 나란히 놓여있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는데 이번엔 모자까지 빌려준다.

 

단 한곳의 식당에 들렀는데 밥이 없다고 한다. 20분이면 밥이 다되니 그때까지 한바퀴 돌기로 하고 여기저길 돌아본다.

시멘트가 전혀 없고 인위적으로 꾸면진 곳이 별로 없이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다.

특히 흙길로만 되어있어 걷는데 조금도 무리가 없다.

산에서 뿜어져나오는 솔향기와 여기저기에 무리진 꽃들과 풀들을 바라보니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옥죄던 회사일도 분주했던 모든 관계들도 잊은채 오로지 봄꽃과 봄풀에만 집중하며 이리저리 폼도 잡아보니 즐겁기만 하다.

 

봄날에, 봄꽃에 굶주린 우리를 위로라도 하듯이 봄날은 화사하고 봄꽃은 위태롭다.

멀지 않은 곳에 숨은듯이 기다리고 있는 꽃무지 풀무지의 입장료는 5000원이지만 한번 구입한 것으로 한달을 이용할 수 있고 나올때는 작은 꽃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꽃나무 한그루를 얻고는 미안한 마음에 화분하나를 샀다.

도자기 체험 코너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마음이 더 다가간다.

 

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올챙이 잡기에 여념이 없고, 어느 은밀한 연인들은 그늘진 봄볕아래서 서로를 기댄채 봄잠을 즐기고 있고, 잠시 외출을 나온 군인은 엄마와 누나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지나는 시간이 아까워 끝내 얼굴까지 흐려진 토요일 오후,

 

여전히 봄날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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