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좋은 이웃.

여디디아 2008. 8. 26. 09:57

 

 

 

 

 

저녁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뜬금없이 "앞집 이사갔어"라고 한다.

"아니, 이사온지 얼마됐다고 벌써 이사를 가?"

그러고보니 작년 추석때쯤에 혜승이와 서윤이 자매가 앞집으로 이사온 것 같다.

처음 윤희네가 5년쯤 살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일년에 한번씩 주인이 바뀐다.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채로 이사간 사람도 있다. 

 

수련회니 뭐니 하며 바쁘다는 핑게로 배드민턴을 일주일간 치지 못했다.

오랫만에 배드민턴을 치고 집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딩동'한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구???

뜻밖에도 혜승이 아빠가 찾아오셨다.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지만 늦어서 들어가진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오늘 이사를 가면서 인사를 못드리고 가서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일주일전쯤에 갑자기 이사가 정해져서 오늘 급하게 이사를 했습니다.

아까 학원마치고 혜승이가 인사드리러 왔더니 아무도 안계시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곤 포도 박스를 내려 농으시는게 아닌가.

 

일년전 할아버지와 아빠, 그리고 중학생 두 딸이 함께 이사를 왔다.

엄마가 안계셔서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엄마는 서울에서 가게를 하신다고 했다.

할아버지와 아들이 두 딸을 데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짠~~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동짓날에는 동지팥죽을 네 식구의 분량만치,

대보름에는 이른새벽에 네 식구의 오곡밥과 아홉가지 나물을,   

김치부침을 하면 서너조각을 담아서 건네었고,

추운겨울에 아이들이 열쇠가 없어서 계단에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집으로 데려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일.. 그것뿐인데..

동지팥죽을 건네던 날, 빈접시가 민망했던지 '아빠가 하셨어요'라며 서윤이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닭도리탕을 담아왓던 일도 있다.

참 좋은 이웃이었는데..

이사를 가서 아쉽다.

 

이사를 가고나면 그만인데도 밤늦은 시간에 포도를 사들고 오신 혜승이 아빠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이사를 하면서 쓰레기를 잔뜩 남기고 갔다는 진달래님 이웃이 생가났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살 맛 나네'라며 두고간 포도박스를 바라보니 

그들에게 우리도 좋은 이웃이었구나.. 싶어 안도한다.   

 

길에서 혜승이와 서윤이를 만나게 되면 햄버거라도 같이 먹어야겠다.

가을이 풍요로움을 먼저 내게 안겨준 날이다.

행복이 따따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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