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감자

여디디아 2008. 7. 24. 16:40

 

 

 

 

 

 

 

사랑하는 후배가 전화를 했다.

'선배님, 시골에서 감자를 캤는데 선배님께 좀 보내려구요.

엄마가 지난봄 비료 정말 고맙다고 하시며 감자 한박스 보내신다고 하네요'.....

그리고 다음날 이렇게 굵고 탐스러운 감자 한박스가 내 이름으로 배달되었다.

정답고도 정다운 영천 보현산 감자라고 떡~~ 하니 이름을 붙이고서 말이다.

박스를 열어보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특유의 고향의 냄새, 고향의 흙과 고향의 바람과 고향의 따뜻한 인심이 박스 가득히 담겨있다. 먹어보지 않아도 이미 눈으로 보이는 고향감자의 맛, 포실포실한 감자가 분을 내품으며 눈앞에서 익어가는 모습이 침으로 꿀꺽 넘어간다.

자잘한 글씨로 후배네 집 주소와 핸드폰 번호가 쓰여 있다.

전화를 거니 후배의 어머님이 새악시 같으신 목소리를 활짝핀 웃음과 함께 전해주신다.

'촌이라서 농사지은거니까 나눠먹는거예요. 맛있게 드시소'..

아~~

선물을 보내면서도 저런 겸손함을 잃지 않으시는 모습이 감자의 토실한 알맹이에서 확인되며 자녀들이 모두 건강하며 특별한 우애를 자랑하며 부모님께 효도하는 모습들이 저 어머님의 겸손함과 땅에 대한 성실함에서 배운 것이구나.. 싶어진다.

주말이면 아들과 며느리가 일상의 고단함을 뒤로한 채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께 달려가 경운기를 몰고 삼겹살을 굽고 파를 심고 수박을 자르고, 딸과 사위가 모여들어 흙손을 털고 굽은 아버지의 등을 쓸어안던 모습을 보며 모범적인 가정과 천국의 모형을 보았었는데..

 

20kg의 감자를 받아서 풀어헤치며 자랑을 늘어놓았으니 회사에서 한번 쪄먹긴해야 하는데 어쩐지 감자를 고르고 담던 손길을 생각하니  아까워진다.

고향의 감자라, 후배의 어머님이 보내신 특별한 감자라, 자랑을 늘어놓았으니 한번쯤은 쪄먹을 양을 내놓아야겠다.

포실포실한 감자를 먹으며 내가 살던 고향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인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인지, 어울렁더울렁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인지를 다시한번 강조해야겠다.

이번 여름은 감자로 인하여 더욱 배부르며 행복하리라.

 

애숙이 어머님,

정말 고맙습니다.

맛있는 감자, 잘 먹겠습니다.

씨앗을 심고 꽃을 바라보던 미소와 감자를 캐는 수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한알 한알 박스에 담으시며 꼭꼭 여미시는 손길을 잊지 않으며 함께 담긴 가득한 사랑을 기억하여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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