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논산훈련소

여디디아 2008. 4. 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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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21년동안 부모곁을 떠난 일이란건 고작해야 수학여행과 일년에 두번씩의 교회수련회가 전부였던 세현이가 입대를 했다.

 

말로만 듣던 논산훈련소,

이른아침에 출발한 세 식구는 누구랄것도 없이 가득한 슬픔이다.

이미 주현이를 보내본 경험이 있지만 처음인 듯이 마음이 저리고, 아리고, 아프고, 대신하고프고.. 안쓰럽고 미덥지 못한 군대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할아버지와 할머니, 외할머니께 전화로 인사를 드리는 세현이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하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다가 남편의 얼굴을 보니 이미 주루룩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겨우 안정이 되었나 싶은데 동생이 전화를 했다.

세현이라면 꿈뻑 넘어가는 동생과 이모라면 답싹 안겨드는 조카 사이인지라 전화기를 넘겨주었는데 통화가 금방 끝이난다.

왠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또 눈물이다.

오전내내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질금거린다는 동생의 문자를 보니 견뎌내던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대전에 들러 주현이를 보고 반찬정리를 하고 다시 논산으로 향하는 내내 말이 없다.  쉼없이 이어지는 친구들의 전화와 문자들..

시무룩한 모습으로 논산훈련소 입구에 들어서니 세현이와 같은 모습, 같은 또래의 남자들이 부모님과 친구들과 애인과 함께 쏙쏙 들어선다.

같은 동지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조금의 여유를 보인다.

 

점심을 먹고 훈련소에 들어서니 바로 입소대교회가 보인다.

앞으로 5주간 수요일과 주일예배를 드릴 장소이다. 어디쯤에 앉아서 예배를 드릴지 모르지만 먼저 들어가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쏟아진다.

 

1시30분,

입소병들은 연병장으로 모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별의 시간은 어김이 없다. 옆에선 세현이의 얼굴을 보니 맑은 눈물이 흐른다.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세현이의 등을 두드리며 기도하겠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찢어지는듯 하다.

오늘따라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강하고 멋진 군인으로 만들어 돌려보내겠다는 인사를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된다.

 

행사를 마치고 연병장을 돌아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본격적인 군인의 생활로 들어간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철렁하다.

수백명의 입소병 속에서 내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세현이가 헷갈리지 않도록 우리는 그 자리를 지켰고, 눈으로 아이의 뒤를 쫓던 우리는 세현이의 모습을 쉽게 발견했다.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 위로가 된다.

벽 하나를 사이로 겁 먹은채,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뛰어가는 또래의 남자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심정은 다 같아서 모두가 눈물을 찍어내고, 달려가는 입소병들은 두 팔을 벌리며 손을 흔들어 부모님께 아쉬움을 전한다.

 

22개월동안 멋지고 강한 군인으로 다듬어질 세현이,

사랑하는 세현이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돌아오는 길,

무심한 봄날은 여전히 푸른 잎을 살랑거리고 꽃잎을 떨어뜨리며 다시 새로운 꽃들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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