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세현^^*

여디디아 2007. 12. 28. 10:57

 

 

세현아!!

겨울속의 봄날이란거, 들어나 봤을까?

겨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보드랍고 달콤한 날들이다.

서민들에겐 겨울보다는 그저 따뜻한 날들이 견디기 쉽고 서럽지 않으니 추운것 보다는 훨씬 좋다만 이 따스함으로 인하여 몹쓸 해충들이 새봄에 득시글거릴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뭐니뭐니해도 겨울은 겨울답게 맵고 짠 추위가 있어야 겨울맛을 풍기고, 맵짠날에 찬 겨울바람으로 집안구석을 한바탕 환기시켜야 집안에 고인 세균들이 얼어죽을텐데 말이야.

가끔 춥고 추운 겨울날에 방문을 열어 젖히고 창문을 열어젖히고,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놓고 청소를 하는 나를 보며 기겁을 하는 우리집 세 남자들이, 이 잘난 여자의 마음을 알기나 할까마는.. ㅋㅋ

 

세현아,

수요밤 예배후 1,2청년부에서 서해안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난 도망치듯이 집으로 돌아왔단다.

청년들이 걸레를 준비하고 장화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3박4일간 기름을 걷어내며 그들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을 나누게 되는 모습들을 보니 얼마나 마음에 감동이 느껴지는지.

그리고 아침일찍 보따리를 메고서 스키장으로 떠난 너를 생각하니 어쩐지 미안하고 어쩐지 부끄럽고..

함께 해야할 자리에 없다는건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은 일임에 틀림없구나.

수업의 연장이라며 2학기 내내 들어왔던 터라 말릴 수도 없었고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닌 것을 알기에 나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단다.

세현아!

어젯밤 엄마에게 전화로 들려주는 목소리는 조금은 피곤해 보였지만 피곤함 까지 덮어주는 즐겁고 신나는 학생들의 소리가 활기차더구나.

옆에 친구들이 있다는 이유로 '사랑해'란 말을 옹알이처럼 알아듣지 못하게 하는 너를 보며 혼자 웃었다.

 

세현아!!

어느새  2007년도 끝자락에 와 닿았구나.

정말 세월이 어찌 이리도 빨리 지나는지, 감당을 못하겠구나.

대학생인가 했더니 어느새 2학년을 마무리하고 새봄이면 군대에 가야하는 너를 보니 현실이 믿기지가 않는구나.

올해는 참 바쁘고 분주한 날이었지?

과외에,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느라 쉴 시간이 없었구나.

주일이면 중등부에 나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청년부에서 활동하느라 하루가 바쁘고 말이야.

세현아,

1년동안 참으로 많이 고마웠다.

엄마가 중등부 부감이란 이유로 꼼짝없이 붙들렸던 주일학교 교사의 자리,

그런 네가 있었기에 엄마는 행복하고 많이 든든했다는 거, 알고 있지?   

가끔 공과공부 시간에 반 아이들을 마티즈에 소복하게 태워서 베스킨라빈스니, 피자헛이니, 돈까스집으로 달려가는 너를 보며 나는 슬금슬금 웃었단다.

아무리 피곤해도 주일날 자신의 자리를 찾아 학생들을 다독이며 가끔은 누가 교사이며 누가 학생인지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장난을 하던 모습,

1년의 시간들이 네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고, 특별히 신앙생활에 큰 밑그림이 그려졌으리라 여겨져.

 

사랑하는 세현아!!

새봄에는 군입대를 해야 하지만 아직도 내게는 너는 늘 어린애인 것을..

이러고보면 엄마도 많이 늙었나보다. 그치?

아침 밥을 먹고 나는 출근을 하고 너는 등교를 하면서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까지의 발걸음을 세었던 일, 라일락이 피는 때면 아파트 뜨락의 라일락을 한웅큼 꺾어다 엄마 화장대에 소복히 꽂아 두었던 일, 말썽한번 부리지 않고 늘 조곤조곤한 모습으로 엄마를 끌어당기던 너의 모습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추억인지..

할 수만 있다면 다시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세현아!!

새해가 오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이구나.

아직 너를 군대라는 커다란 공동체에 떠나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어쩌니?

이젠 너를 보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구나.

아들이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란 사실을 인식하고 커가는 너를 자꾸만 내게로 붙들어 매려는 욕심에서 스스로 자유로와지도록 내가 노력해야겠구나.

툭하면 '장가가지 말라'는 말로 너를 옭아매는 나의 농담은 100% 농담만은 아니었을거야. ㅋㅋ

 

사랑하는 세현아!!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해엔 우리 더욱 새로워지자.

하나님앞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며,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순종의 사람이 되자.

지금처럼 남을 배려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두고 기도하며 준비하는 귀한 아들이길 바랄께.

너의 모든 앞날에 하나님께서 간섭하시며 형통한 길로 인도하여 주시길 기도한다.

 

언제나 네가 있어서 행복한 엄마가,  한해를 마무리하며 사랑하는 세현이에게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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