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들길

여디디아 2008. 2. 5. 17:48

들     길

 

 

 나 태 주

 

 

 

 

네가 들에 난 풀포기 콩포기 돔부꽃 되어

나를 기다리다 못해 시들어 간다면

어쩌리 그 외로움을 어쩌리 싶어서

나는 오늘도 들길에 나섰다, 들길을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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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긴 연휴를 맞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느라 바쁘다.

타향살이의 고단함은 오로지 이 날을 위한 견딤인 것처럼

몇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길고 긴 도로위에 몸을 내린다.

수 없이 많은 차량들의 행렬속에 보이는

고향의 하늘과 고향의 바람과  고향의 물과

고향의 추억들..

 

수십년 전에 떠나온 고향의 길 어귀에서

네가 풀포기가 되고 콩포기가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공기중의 한 부분이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다림 대신 긴긴 추억속에

때로 웃음 지으며

때로 마음 한켠이 쿵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때로 입속으로 나직히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까.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시들어가는 마음이 있다면

재잘거리던 나를 기억하고 아릿한 통증을 느끼는 마음 있다면

동그랗고 작은 나를 기억하며

휘어지는 모퉁이에 잦은 눈길이 머문다면

단단히 잠겨진 내 집앞을 지날 때

벽 어느곳에 썼다던 내 이름을 더듬어가다

어느새 시들어가는 나를 기억하고

흰머리 숱이 많아진 당신을 기억하고

잊어버린 나이를 기억함으로

풀포기의 시듦처럼 시들어가고 있지나 않을까.

 

고향,

두고온 고향,

다시 찾을 고향,

겨울속에 묻힌 새봄처럼

묻혀있는 고향의 들길을 걸으며

나직나직히 닫힌 문을 열고 낯선듯이 돌아가고픈 고향입니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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