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현에게

육군 김병장

여디디아 2006. 9. 25. 17:01

 

 

 

 

김병장!!

 

토요일 오후, 이른퇴근을 마치고 아빠 사무실로 향했다.

 

교회 남전도회 회원의 자녀결혼식이 있어서 꼭 아빠가 참석해야 할 자리라

 

빈 사무실을 지켜주기 위해서 서둘러 퇴근을 했었단다.

 

좁은 사무실안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었고

 

잊지 않을정도로 울리는 전화만 받는 일이었다.

 

가을이 오는 날들은 이쁜 코스모스의 흔들림처럼 마음을 흔들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을 다스리느라 스스로가 버겁

 

구나. 물론 네가 들으면 벌처럼 쏘아 댈테지?

 

'아줌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요'..라고 말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훈련을 마쳤다는 네 말을 들으며

 

난 웃을 수 밖에 없더구나.

 

"주현아, 너도 얼굴에 검뎅이 칠하고 남의 집 담벼락 밑에서

 

총 메고 꼼짝않은 자세로 서 있었냐?"라는 나의 물음에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라고 되물었지?

 

 

지난겨울에 말이야.

 

가을이 물러난지도 까마득했던, 봄이 오기엔 더욱 아득한 날,

 

추운날씨에 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리워 머그잔 가득히 커피 잔을 들고

 

사무실로 향하던 내 발걸음이 얼어붙은 고드름처럼 얼어붙어 버렸단다.

 

금방 탈영한 탈영병이 갈곳을 몰라서 서성거리듯이 어정쩡한 군인 한명이

 

얼굴가득히 검뎅이 칠을 한채 키만한 총을 메고 사무실앞에서

 

장승처럼 서 있더구나.

 

"아니, 여기서 뭐해요?"라는 물음에

 

"훈련중입니다"라는 목소리에는 군기와 함께 얼음이 배었더구나.

 

들고가던 커피잔엔 아직도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앞에서 장승처럼 서있는 군인아저씬 목소리마져 얼어붙었는데

 

문만 열면 따뜻한 공기가 기다리는 사무실안으로 들어가 그 커필 도저히 마

 

실 수가 없었지.

 

급한 마음에 우선 그 커피라도 마시라고 권했지만 절대로 마실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 군인앞에서 난 지금쯤 너도 이럴거란 마음에 속울음을 삼켰단

 

다.

 

 

몇천원이 남은 통장잔고를 확인하는데 5만원이 들어있어서

 

전화를 했다는 네 말에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는건 엄마뿐'이라며

 

어거지를 썼는데 그 돈으로 훈련가면서 참치니 고추장이니 핫브레이크까지

 

준비해서 훈련을 소풍처럼 즐겼다는 네 말에 내 마음이 조금 포근해졌단다.

 

 

사랑하는 김주현!!

 

다음 주일이면 병장이 되고 휴가를 나오는구나.

 

처음 자대 배치받은 날, 울면서 엄마를 찾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군대생활도 할만하다고 여유를 부리는 너를 보니 정말 세월은 우리를

 

품은채로 흐르고 있음을 느끼는구나.

 

 

 

참으로 좋다.

 

훈련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거는 너의 목소리도 가을꽃처럼 향

 

기롭고 훈련마친 장비를 정리해야 한다는 네 소식도 꽃물이 들어가는

 

들풀처럼 바삭거리는구나.

 

다만 걱정은 목사님이 싫어서 교회에 가기싫다는 억지구나.

 

내가 말했듯이 예배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이지 목사님과의 관계는 아님

 

을  명심하고 좀 더 넓고 포용력있는 네가 되길 기도하마.

 

 

사랑하는 주현아!!

 

일주일만 있으면 너를 보는구나.

 

전화에서처럼 옷 사달라고 떼쓰지 말고  전역후 차 사준다던 농담은 두번

 

시 하지 말기 바랜다.ㅋㅋ

 

 

사랑하는 주현아!!

 

훈련받느라 고생했고 고생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음이 감사하구나.

 

다음주일날, 작대기 네개가 그려진 너의 멋진 모습을 기다릴께.

 

그때까지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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