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현에게

주현아!!

여디디아 2007. 1. 18. 09:00

사랑하는 주현아!!

며칠간 날씨가 포근해서 참 좋다.

추우면 밖에 나오기도 싫고 모든게 귀찮고 번거롭다.

워낙 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정말 빨리 봄이 왔으면 싶단다.

봄이 오면 이 모든 지루한 일상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다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구나. 요 며칠동안 나 답지 않게 의기소침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매사에 귀찮고 의욕이 없고.. 시들은 풀잎처럼 시들해지는 일상이구나.

속히 이 침체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도를 하는데 기도조차 제대로 되질 않는구나.

생각나면 나를 위하여 기도해 주기 바란다.

이런 내 모습이 나 스스로도 낯설고 이질스럽다.

사랑하는 아들 주현아!!

어제도 통화를 했지만 책을 보내려니 어쩐지 허전하여 몇자 적어본다.

난 이상하게 물건을 받으면 그 속에 편지가 들어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마치 엄마를 보는듯 싶어질 것 같아서 말이야.^^*

요즘 눈이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치?

처음 입대하고 마음이 뒤숭숭하고 어쩐지 불안하여 날마다의 삶이 국방부를 향하여 있었고 어느날부터인가 양구로 내 모든 안테나가 세워져 있었는데 이젠 마음이 느긋하구나.

네가 이등병일 때는 나도 이등병이었고 네가 병장이 된 지금 나 역시 병장이 되었거든.

네가 제대할 날짜를 기다리는것 처럼 나도 봄을 기다리고 으젓한 네 모습을 기다린다.

남은 날동안 후임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절대로 서운하게 대하거나 악한 감정을 남기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네가 겪었던 치욕의 순간들을 후임들에게 물려주지 말고 좋은 선임으로 그들 마음속에 오래동안 남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랜다.

살아보니까 말이야. 사람은 사람과 사람사이가 가장 중요하고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게 삶이더라.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더구나.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속에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기도 하며 하나님의 일을 행하기도 한단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하여 역사하심을 기억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 네가 되길 바랜다.

네가 부탁한 책들 중에 ‘정말로 지옥은 있습니다’는 일시품절로 구입하지 못했음을 알고 다음에 기회되면 보내주도록 할게. 좋은 책 열심히 읽고 마음이 풍요로운 아들이길 바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성경읽기도 미루거나 게으르지 말고 특별히 교회나가서 예배하는 것 미루지 말아라. 후임이 책을 읽으면 슬며시 눈도 감아주고, 좋은 책은 나누어서 읽기도 하렴.

사랑하는 아들아, 너도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떠한 경우라도 엄마에게 공손하게 사랑으로 대하길 부탁한다. 알았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부모와 자식간임을 기억해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오늘도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고 힘차고 즐거운 하루였으면 좋겠다.그러리라 여기며..

몸 건강히 보내고 외박할 때도 조심하고 즐겁게 보내거라. 샬롬^^*

2007년 1월 18일 아침에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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