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장나무 잎사귀에는 낯선 길이 있다
송수권(1940~ )
봄날,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오면
낯선 길이 하나 있다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붙어 사는
민달팽이 한 마리
누리장나무 잎사귀 뒤에
제 몸 숨길 줄 알고
잎사귀 위에 올라와
젖은 몸 말릴 줄 안다
붉은 말똥가리 새끼
저 하늘에 떠도는 동안
꽃피는 그소리 움찔 놀라고
두 뿔에 감기는 구름
돌들로 감옥을 쌓고
말씀으로 예루살렘이 불타는
정든 유곽의 길을 지나
혁명의 길을 지나
봄날,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오면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이 하나 있다.
-----------------------------------------
민달팽이가 숨어 살며 젖은 몸을 말리는
누리장나무 잎사귀에도 지금 장마가
시작되었을까?
새벽이면 그리운 님이 오시는 발자국 소리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릴까?
봄날 애써 말린 민달팽이의 젖은 몸을
긴 장마철동안 어디서 말려야 할까?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가보면,
반짝거리며 윤기를 흘리는 잎사귀에 가면
내가 가야할 낯선 길이 거기에 있을까?
낯익은 길을 두고 나는 선뜻
낯선 길을 따라 홀연히 떠날 수가 또 있을까.
머뭇대다 놓쳐버린 날들이
거기에 웅덩이처럼 고여서 나를 기다리지나 않을까.
(진옥이의 한마디!!)
송수권(1940~ )
봄날,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오면
낯선 길이 하나 있다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붙어 사는
민달팽이 한 마리
누리장나무 잎사귀 뒤에
제 몸 숨길 줄 알고
잎사귀 위에 올라와
젖은 몸 말릴 줄 안다
붉은 말똥가리 새끼
저 하늘에 떠도는 동안
꽃피는 그소리 움찔 놀라고
두 뿔에 감기는 구름
돌들로 감옥을 쌓고
말씀으로 예루살렘이 불타는
정든 유곽의 길을 지나
혁명의 길을 지나
봄날,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오면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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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가 숨어 살며 젖은 몸을 말리는
누리장나무 잎사귀에도 지금 장마가
시작되었을까?
새벽이면 그리운 님이 오시는 발자국 소리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릴까?
봄날 애써 말린 민달팽이의 젖은 몸을
긴 장마철동안 어디서 말려야 할까?
누리장나무 잎사귀에 가보면,
반짝거리며 윤기를 흘리는 잎사귀에 가면
내가 가야할 낯선 길이 거기에 있을까?
낯익은 길을 두고 나는 선뜻
낯선 길을 따라 홀연히 떠날 수가 또 있을까.
머뭇대다 놓쳐버린 날들이
거기에 웅덩이처럼 고여서 나를 기다리지나 않을까.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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