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임명장 - 중에서
최영철(1956~ )
100년 동안 너의 복무를 허락한다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 중 략 -
너무 치닫지 말기 바란다
너무 자신만만하지 말기 바란다
더 이상 길을 내고
다리를 올리지 말기 바란다
길의 끝 다리 뻗은 자리
수렁에 닿지 않기 바란다
이미 쌓은 모래성
아슬한 낭떠러지가 되었구나
너무 높이 남긴 탑
허물고 가야겠구나
너무 분명하게 써놓은 약속
지우고 가야겠구나
너무 가득 차오른 불길한 아침
등지고 가야겠구나
100년 후
여기에 기록할 아무 공적이 없기를
잠시 떠맡은 해 별 풀 달
그냥 그 자리 둥실 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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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선수처럼 치달았던 날들.
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흰 테이프를
끊은채로 치달아오는 나를 한심한듯 내려보고
애써 뛴 땀방울들이 바람한점으로 사위어가고
등 가득하게 지워진 삶의 무게들이
켜켜히 나를 짓눌렀던건 아닐까.
100년 후,
하나님앞에서 다시 임명장을 받아 이 세상으로 온다면
내가 치루어내야할 복무는 어느것일까.
지금 하지 못한 불효에 대한 책임일까.
이루지 못한 아픈 사랑에 대한 이룸일까.
어긋난 약속들을 지켜야 할 반듯함일까.
남을 미워한 댓가를 치루어야할 체벌일까.
버거운 복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차라리
임명장을 반납한채 하늘나라에서 머물게 해달라고
졸라야지.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喜)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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