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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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40
빗자루의 등신 그림자

최 동 호(1948~ )


새벽 마당에 솟아오르던 치마폭 물안개
음전히 가라앉은 바닥에

얼빠진 등신처럼 기대선 빗자루
하 많은 세상살이 빗방울 대이파리로 쓸었는지

터럭 끝 바람에도 넘어질 듯
배부른 기둥에 그림자 끌고 비뚜름하다
*윤고암 스님의 빗자루 법문, 아무 말씀없이
법당 앞마당을 빗자루로 쓸어
사찰 분규를 잠재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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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뉴스에도 8시 뉴스에도, 이어지는 9시 뉴스데스크도
모자라 아침 7시 뉴스시간까지..
밤잠도 자지않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으쌰으쌰'를 외치는 이들,
18일간의 파업을 마친 한미은행은 오늘부터
정상근무를 한다던가 어쨌던가?
파업이니 합의니...
3600%의 보너스니..
그때마다 달려가 그들을 쓸어버리고픈 서민들의
빈핍한 마음을 그들이 이해할까.
싸리빗자루든 수수빗자루든, 대나무로 만든 빗자루든,
아니 진공청소기로 쓸어담고픈,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그들이 눈여겨 보기나 할까..
고요한 마음으로 절마당을 쓸어내리는 스님,
스님의 마음을 읽음으로 분규를 잠재운 세속을 피한 이들,
언제쯤 빗자루가 없어도
살아가는 날들이 잘 쓸어진 앞마당처럼
정갈하고 깨끗해질까?
오늘만이라도 붉은 띠를 두른 이들을 만나지 않아도
좋은 편안한 날이기를 바래보며....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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