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여디디아 2005. 3. 12. 05:39
엄마야, 누나야 - 중에서

함 성 호(1963~ )


누나야, 사는 게, 왜, 이러냐
사는 게, 왜, 이리, 울며, 모래알
씹듯이 퍽퍽하고
사는 게, 왜, 진창이냐
엄마야, 누나야
이젠, 웃음마저도 시든 꽃처럼
무심한 손길도 왜 가슴 데인 화열처럼
왜, 쉬이 넘기지 못하고, 가벼이 사랑치
못하고 말이다

- 중 략 -

사는 게 왜, 이리, 숨막힌 것인지 엄마야
강변에 햇살이 표창처럼 반짝일 때
누나야
저 억장 무너지는 바다에
물 안개가 니, 부서지는 웃음처럼
번져올 때
나는 이 악물고 이 모든
아름다움을 부정한다
엄마야, 누나야
네 얼굴에 박힌 웃음이
언 강 물밑처럼 풀려나갈 때까지
모든 꽃들은 사기다.
---------------------------------
점심시간에 태평양에서 나온 아줌마는
퉁실한 나에게 건강식품을 권한다.
'건강식품이라니, 굶어도 시원찮을 날들에..'
간절하게 권하는 아줌마보다 더욱 애절한 눈빛으로
거절한다.
수백만원짜리 옷과 외제 차는 없어서 못팔고
몇만원짜리 옷은 돈이 없어서 못 사입는 사람들..
어쩌면 꽃들마저도 사기로 보이고
밤하늘에 별빛마져도 거짓으로 깔아둔 유리파편으로
보는지도 모르는 날들에..
이 부박하여 숨 고르기 어려운 날에
시인은 이토록이나 잔인하게 오늘을 고발해야
직성이 풀어질까?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에게 치킨이니 핏자니..
로버트니 조립식 장난감이니, CD로 쏟아지는
게임을 사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아이의
칭얼거림마저도 사는 게, 왜 이리,
진창인지를, 웃음마져도 시든 꽃인지를
아니 그 조차도 고단케 하는지...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메모 :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
[스크랩] 남은 시간  (0)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