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여디디아 2005. 3. 12. 05:40
식탁이 밥을 차린다 - 중에서

김 승 희(1952~ )


식탁이 밥을 차린다
밥이 나를 먹는다
칫솔이 나를 양치질한다
거울이 나를 잡는다
그 순간 나는 극장이 되고
세미나 룸이 되고
흡혈귀의 키스가 되고
극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거울이 된다
캘빈 클라인이 나를 입고
니나리치가 나를 뿌린다
CNN이 나를 시청한다
타임즈가 나를 구독한다
신발이 나를 신는다
길이 나를 걸어간다
신용카드가 나를 소비하고
신용카드가 나를 분실 신고한다

- 후 략 -
-----------------------------------
'보여지는 나'와 '보이는 나'의
차이는 무얼까.
매일 만나는 동료들이, 이웃들이 보는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단정한 매무새와 단정한 말투,
사근한 미소와 고분한 인사성,
환한 얼굴이 근심이 없어보인다던 8층 여자,
화낼줄 모르죠?라며 물어오던 이웃..
가끔
남에게 보여지는 나의 위선이 싫다.
아니, 보여지는 나만을 보며 나름대로 해석하는
이웃들이 섭섭하다.
그들까지 내 속을 보아주길 원하는 것일까?
무얼 보여주기 위함인가?
오늘도 여지없이
차가 나를 태우고,
컴이 나를 켜고, 일들이 나를 처리하고,
시간들이 나를 지나가고...
그렇게 그렇게 내가 지나고 있음을..
아니, 삶속에 내가 실려있는 것을...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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