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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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39
세 수

이 선 영(1964~ )


어제의 나를 깨끗이 씻어낸다
오늘의 얼굴에 묻은 어제의 눈곱
어제의 잠
어젯밤 어둠 어젯밤 이부자리 속의
어지러웠던 꿈 어제 혈기를 거둬간
얼굴의 창백함을
힘있지는 않지만 느리지는 않은
내 손길로 문질러버린다
늘 같아 보이지만 늘 새것인 물이
얼굴에 흠뻑!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오늘엔 오늘 아침 갓 씻어낸 물방울 숭숭 맺힌 나의 얼굴이 있고
그러나 웬지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지 않은가
어제는 잔주름만 남겨놓았고
오늘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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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그 파란 바다의 물빛들,
포말로 부셔지던 물방울의 흐트러짐,
작은 물방울이 거품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생각을 했었다.
질 좋은 가루비누와 때 잘 빠지는 유한락스를 풀어
내 속에 든 찌끼들을 구석구석 후벼가며
씻어내고 있는줄..
그후부터 깨끗하고 정(淨)한 마음만이 담기리라
여겼었는데..
아침마다 나는 얼굴을 씻을줄만 알았다.
얼굴에 칠해진 비누거품이 속을 씻지 못하듯이
얼굴을 씻어냄으로 내 마음을 씻는 방법을 알지 못했었다.

온유하고 겸손함으로
하나님앞에서 꿇어 기도할 때,
마음이 씻기고 정신이 씻어지고
영혼이 세수되어진다.

오늘아침 세수로 어제를 씻어낸다면
오늘만은 결코
어제를 씻어내고 싶지 않은 월요일이다.
어제를 담아두고플 때가 살아가는 날 동안
얼만큼이나 될까...
눈가에 낀 눈곱처럼 자북했으면....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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