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변산반도를 다녀오다

여디디아 2006. 6. 21. 11:41

2006년 6월 17일 토요일,

참으로 오랫만에 가족들과의 여행이다.

작은오빠와 올케언니와 동생 현숙이와 같이 교보문고에서 50%를 부담하는 문학기차여행에 동참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변산반도와 채석강, 변산반도는 처녀적 금융연수원으로 출근하던 때, 직원들과 하기휴양지로 다녀오긴 했었지만 전혀 기억에 없다.

서둘러 나선 아침, 서울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오빠와 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교보문고 기자가 아는체를 한다.

'지난번에도 가셨죠? 카메라에 많이 잡혔어요'라고..

에고.. 공짜 좋아한다고 아가씨가 속으로 욕하는건 아닐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뜨끔^^*

 

낭만과 추억과 사랑이라는 글씨와 코스모스와 낙엽과 나비가 그려진 기차를 타고 김제역으로 출발,

3호칸은 이벤트실이라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이벤트실로 향했다. 한발 늦은탓에 자리가 없어서 이리저리 살피니, 낯익은 남자옆에 빈자리가 있다. 슬그머니 엉덩이를 놓으려는데, 횡재다. 옆자리에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검은테 안경을 낀 남자가 시인인 안도현선생님이 아닌가!!

 

대산문학사에 소속된 곽효한선생님과 안도현시인의 대화를 들으며 지나는 철길위로 웃음과 신비로움과 즐거움이 철길을 따라 김제까지 온다.

 


채석강..

수많은 책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바위,

행여 부서질까봐 살며시 만져보았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다. 

채석강의 너른 바위와 넓은 바다를 보며 그동안의 온갖 시름을 잊어본다.

 

 


내가 선 이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뒷쪽은 무엇일까.

넓게 펼쳐진 바다일 수도 있을테고 푸르러가는 6월의 산이 버틸수도 있을게다.

인생이란 잠시후의 일을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수수께끼 처럼 미로의 길인 우리의 길,

그래서 누구나 행복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채석강을 나와 오빠가 사주는 점심을 먹고 모항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나오는 잎이 뾰족하고 가시가 많이 달린 나무가 호랑가시나무라는 것을 안도현 시인이 설명을 하고 모항의 아름다운 백사장을 걸어보라는 말씀도 하신다.

서해안에선 보기 드물게 깨끗한 백사장과 푸른물결이 일렁이는 바다, 오랫만에 여행을 떠나온 동생은 일상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고, 한결 가벼워진 웃음으로 말한다.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고 고달픈 일도 많았던 우리 삶이 아니었던가.

그래, 지금은 모두 잊어버리자.

오빠와 동생과 함께 한컷!!

 


한번 모델이 되어주는 모델료가 100원이라며 누구든 원한다면 사진을 찍겠다는 안도현 시인,

작가라기 보다, 선생님이라기 보다는 시인이 좋다는 안도현시인,

소주 1병을 마시면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고

소주 2병을 마시면 시키지 않은 노래를 끝도없이 부르고

소주 3병을 마시면 아무데서나 잠을 잔다는 안도현 시인,

이번 여행은 당신으로 인하여 즐거움이 배가 되었답니다.

 


푸른바다앞에서 나를 생각했다.

다리가 아픈 주현일 생각하고, 지금 나를 괴롭히는 목을 생각하고  7월9일에 받아야 할 검진을 생각하며 잠시 두려워도 하고..

저 푸른바다에 내 짐을 던져버리고 싶어라.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킨 동학혁명,

수장인 전봉준고택에 잠시들러 그의 생애를 들었다.

정의를 위해서 자신을 버리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전봉준열사,

녹두장군인 그의 집을 돌아보며,  동학혁명에  대한 설명을 안도현시인으로부터 잠시 들었다.

 


동학혁명의 발발지라 할 수 있는 감나무,

그날, 봉기를 일으킨 농민들이 이 감나무아래에서 보이기로 약속을 했다.

감나무아래에 모인 농민들이 삽과 곡괭이와 낫을 들고 분연히 일어섰다.

동학혁명기념관에는 유물이 거의 없이 당시 사진만이 덩그렇게 걸려있었다.

 

전라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악연(?)은 누가 만들어 내었으며 우린 왜 가당치도 않은 일을 가지고 철저히 따라했었던지.

지금도 선거를 하면 흑과 백이 명명백백한 현실,

분단된 이 땅에서 서로 보듬지 못하고 서로 할퀴려는 마음들을 이젠 버려야 할때가 아닐까.

경북 예천이 고향인 안도현시인은 전라도의 아내를 맞아 전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김제역에서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소박하고 검소한 시인앞에서 책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하며 김제역을 나섰다.

 

돌아오는 기차에는 커다란 도시락이 따뜻한 국과 시원한 물과 함께 자리마다 놓여있었다.

종일을 돌아다닌 허기진 배를 생각하며 정신없이 도시락을 먹으며 여자들이 가장 맛있는 밥은 누군가 차려놓은 밥이라며 동생과 올케언니와 마주보며 웃어본다.

 

이벤트칸에서 다시 문학퀴즈가 시작되고(상에 눈이 먼 나는 기어히 책 한권을 거머쥐고) 대한민국이란 사행시와 '책과 나'란 백일장을 시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과 나'라는 짧은 글이 3등에 당선되고 도서상품권 한장을 상품으로 건져올렸다.

 

처음으로 같이 여행한 오빠와 언니, 그리고 동생과의 시간은 특별한 말이 없어도 푸근했고 든든했고 또한 무엇으로도 끊을수 없는 끈끈한   실타래의 연결되어짐을 느끼게 했다.

여행은 늘 나를 푸르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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