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부석사를 다녀오다

여디디아 2006. 5. 6. 11:52


 

2006년 4월 15일,

부활절을 하루 앞둔 고난주간의 마지막 날,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마치 야반도주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떠났다.

부활절 아침에 맞이하는 세현이의 생일을 아쉬워하며 새벽3시에 일어나 대구전, 동그랑땡, 애호박전을 부치고, 불고기를 볶고, 미역국을 끓여 식탁에 차려놓은채, 설겆이도 하지 못하고 나선 새벽길,

유 숙, 이향자권사님과 이경자집사님..

의기투합한 우리는 고난을 마음에 묵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남편인 이윤형집사님이 아니면 꼼짝도 하지 못하던 이향자권사님,

지난 가을정선을 다녀온 후로 남편이 없어도 여행할 수 있고,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나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꼐 이쁜 브로치를 선물로 사오셨다.(여행후..)

기차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며 아침일찍 일어나 계란 8개를 삶아오시고 물까지 준비하신 철두철미하신 권사님, '나누며 살자'가 가훈인 권사님은 뭐든 그냥 받지를 않으신다.

그래서 대접하기도 어렵다. 완벽주의자이다.

 


여자가봐도 이쁜 이경자집사, 우리반 양지혜의 엄마이기도 한 집사님,

외모만 이쁜 것이 아니라 마음씀씀이가 또한 얼마나 정갈하며 이쁜지.

시부모님께 효도하는 모습과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모습에 참 많이 부끄럽고 많은걸 배우기도 한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깐깐하게 생각하여 매사에 조심했다는 집사님,

알고보니 집사님 너무 털털하고 좋으시다고..

그래서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큰언니 같으신 유 숙권사님, 외국여행길에 향수를, 크림을, 초코렛을..

어느한번 빈손으로 오지 않으시고 내게 선물을 건네시는 권사님,

어느겨울엔 콕콕 찧은 마늘을 냉동실에 보관해서 먹으라고 주셔서 나를 울게 만들고

주현이와 세현이의 입학시험때는 놓치지 않으시고 초코렛으로 카드로 섬겨주시는 권사님,

'기본이 되어 있어서 참좋아'라며 나를 아끼시는 권사님..

늘 존경하는 권사님, 이번 여행을 가장 기뻐하셔서 마음이 더 가볍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을 곱씹으며 서로가 가진 장점들을 다시금 발견하는 기쁨,

외모보다 마음이 더욱 고운 권사님과 집사님, 누구보다 열심히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섬기고 성도들을 섬기며 나누기를 힘쓰는 그들을 보며 보잘것 없는 내가 다시금 부끄럽다.

 


신경숙의 '부석사'를 읽으며 부석사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읽으며 꼭 한번 가리라 다짐했던 부석사,

정작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은 카메라에 담았건만 어디로 새어버렸는지 없다.

부석사 마당에 우뚝 선 오층 석탑이다.

 



    

부석사에 있는 문화재이다.

부석사에는 모든 사찰의 건물들이 통나무로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어느 사찰이나 마찬가지로 경치가 빼어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최순우님의 표현을 빌린다면 석양이 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이경자집사는 남편인 양경선집사님의 건축일 때문에 몇해전에 와봤다고 하고

구경하는 내내 남편과 통화를 하며 건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소수서원에 들러 600년된 소나무를 둘러봤다. 이름이 '학지사'라고 한다.

다음에 올 때 학지사라 불러주면 소나무가 반가워 할 것이라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1300년이 되었다고 하며 수명이 다하여 조금씩 쇠퇴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사람도 늙으면 저런 모습이리라.

 

청량리역에서  8시30분에 출발한 관광열차는 11시 30분에 봄향기 가득한   풍기역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기다리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라 풍기를 지나고 영주로 향하는 길목엔 아직도 아쉬운 봄꽃들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마음껏 느끼며 볼 수 없었던 진달래와 개나리와 벚꽃..

지나는 봄이 안타까워 떠나고싶어 몸부림하던 나를 알고 있었을까.

오늘의 떠남을 위해 지난겨울을 참고 또 참았던 내가 아닌가.

 

열차안에서 정호승 시인과 박덕규교수와 함께한 문학 강연은 빠트릴 수 없는 여행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운 부석사'라는 詩를 쓰기까지의 시인의 부석사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듣고

시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 마냥 행복했다.

박덕규교수는 중앙일보의 '시가 있는 아침'에서 많이 뵌 분이다.

단국대 국문과 교수라는 이유가 더욱 친근하게 한다.(세현이 학교임에..) 

 

무명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퀴즈를 맞히고..

토요일이지만 회사 일이 많아서 출근한 동료들에게 점심값 40,000원을 건넸으니 본전은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퀴즈를 맞혔다.

책 2권을 받아서 한권은 이경자집사님, 한권은 유 숙권사님께 드렸다.

 

빠지지 않는 목적중의 하나, 백일장 코너이다.

심사를 정호승시인과 박덕규교수님이 직접하신다고 하니 도전정신이 솟구친다.

물론 큰걸 바라는건 아니지만 그분들에게 나를 내보이고 싶은 얄팍한 욕심이다.

 

열차안에서 주어진 시제는 '길', 사행시는 '문학기차'.

네명이 다니는 길이라 글 쓸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부석사를 관람하고 소수서원으로 옮기는 버스에서 잠시 뒷자리에 앉아 짧게 써보았다.

막상 글을 쓰니 내가 얼마나 떠나고 싶어했던가.. 목이 메이게 그리워했음을 알게되었다.

.. 익숙한 것들과의 떠남, 낯선 것과의 만남, 그 끝이 결국은 나에게로 닿는 길들임을 알고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썼는데 의외로 2등이다.

사행시는 3등, 교보문고 직원이 두번씩이나 상을 받는다고 의아해 하고, 그런 나를 정호승시인과 박덕규교수가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풍기역에서 6시30분에 서울을 향해 출발한 기차는 9시30분에 우리를 청량리역에다 내려주고

청량리역에서 평내로 돌아온 우리는 늦은 밤을 지나 부활의 새벽에 기쁨으로 재회할 것을 믿으며

따뜻하게 내미는 손을 맞잡았다.

 

여행은 늘 나를 나이게 한다.

지친 일상을 탈피하고 낯선 것과의 부딪힘에서 결국 나를 지치게 하는 일상이 가장 행복한 나의 삶임을 깨닫게 해준다.

 

떠날 수 있다는 것,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이미 충분한 행복과 감사의 조건이 아닌가 말이다.

 

함께 갈 수 있는 사랑하는 이들,

마음을 열고 나를 보임으로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는 귀한 시간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중의 하나는 사람이 사람으로 하여금 위로할 수 있는 버팀목들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도안에서 지체인 우리들,

더 많은걸 주고 싶어하며, 더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들,

예수 그리스도의 피흘리심의 이유가 아니겠는가. 

 

좋은 계절에, 좋은 이들과의 여행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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