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아리랑의 고장.. 정선을 찾아서.

여디디아 2005. 11. 8. 10:59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가끔 예상치 못한 보너스가 생기기도 한다. 2001년에 주현이와 함께 교보문고에서 20주년 기념으로  주최한 남도문학여행으로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과 전라도 순천과 벌교를 거쳐 구례와 여수까지 여행하고 왔었는데 이번엔 정선이다.

김형경이 그렇게 외치던 정선 아우라지, 강과 강이 만나 두물머리를 이루는 곳, 정선 아우라지.

어쩐지 누구도 침범하지 못한 고요한 평화와 때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대로 남았을 것 같았던 정선, 틈만 되면 여행하리라.. 벼르고 벼르던 곳 정선.

 

일주일간 정신없이 보냈던 날들, 회사일과 집안일이 합해짐으로 주야없이 뛰었던 일주일, 무슨일이 있어도 이 여행은 가고말리라..하는 마음에 미리 예약을 했다. 혼자만의 여행이고 싶어 일찌감치 예약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가고픈 이들이 생긴다. 멀리에 있는 집사님에게 슬며시 데이트를 청했는데 결혼식이 있다고 한다.

평소에 남에게 신세지기를 싫어함으로 하나를 주면 이틀이 못가 두개를 들고오는 권사님께 같이가자고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못미더워하며..

생각해 보겠다던 권사님이 같이 가겠다고 하여 부랴부랴 다시 예약, 토요일만 기다렸다.

 

이른아침 김밥을 말고 소풍가는 기분을 낸다. 권사님을 만나 버스에서부터 수다가 시작된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여학생처럼..청량리역에 도착하여 가이드를 만나 기차표를 건네받고 버스표까지 건네 받았다.

오랫만에 새마을호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이어지는 고운 가을을 만끽하니 세상이 온통 내 것이다.

권사님이 계란과 오징어, 귤과 사이다까지 준비해 오셨다.

김밥과 귤과 계란을 먹으며 기차에서 파는 커피까지 마시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수없이 풀어낸다.

9시30분부터 문학강연이 있다고 이벤트실로 모이라고 안내한다. 오늘 동행하는 작가는 신정일, 이덕일 선생님이시다. 솔직 처음 듣는 이름..ㅋ

자리에 남겠다는 권사님을 두고 혼자 이벤트실로 갔다. 이런 기회를 절대로 놓칠 내가 아니잖은가. 1시간동안 문학강연을 들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야 함과 우리 땅을 걸으며 확인하라는 말씀에 감동을 하고..

강연이 끝난뒤 넌센스 퀴즈와 문학퀴즈가 있다. 여전히 상품에 눈이 어두운 나는 손을 번쩍번쩍 들기에 바쁘고..

요행히 손을 일찍 들어 책 한권을 거머쥐고..ㅋㅋ

 

기차가 지나는 곳마다 온통 가을이다. 늦가을이라고 하기엔 이른, 색색의 단풍이 밤새 누군가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하다. 눈이 닿는 곳마다 감탄사가 뒤따르고 4시간의 기차여행은 두 여자의 긴 수다탓에 시간감각도 잊어버리게 한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청량리역에서 우리를 태운뒤 정선까지 논스톱이다. 정선역에 기차가 도착하니 세상은 바뀌어져 있다. 노란은행나무와 색색의 단풍들이 적요와 평화와 어쩐지 깨트릴 수 없는 침묵으로 대기하고 있다.

몇장의 사진을 찍고 대기중인 버스에 올라 아라리 공원까지 갔다. 점심식사를 위하여 각자의 시간이 주어졌고 권사님과 함께 정선장을 둘러보는데 아쉽게도 장날이 아니라 한적한 시골의 모습일 뿐이다.

'곤드레밥'이 유명하다고 해서 곤드레밥을 주문하고 메밀전으로 시식을 했다. 노랗고 파란 배춧잎을 그대로 엊은채  메밀가루로 부친 부침은 단백하고 깔끔하여 살찔 걱정이 없다.

기다리던 곤드레밥이 나왔다. 엄마가 삶아서 말린 묵나물인것 같은데.. 나물과 쌀을 같이 안쳐서 밥을 했다. 양념장과 시큼한 된장찌개로 비벼먹으니 맛이 일품이다.

조심성 많은 권사님이 '가서 장사할 것은 아니고 집에서 해먹으려고 하는데 밥을 어떻게 짓나요?'.물으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시장에 나가 곤드레 나물 한묶음씩 샀다.

 

오후에는 아우라지역을 지나 구절리역까지 레일바이크를 탄단다. 페달을 밟아 운전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겁많은 두 여자가 이미 걱정이다.

책에서 나오는 아우라지역을 보고 보고 또보며, 맑은 시냇물을 들여다보며 고운 단풍들을 눈여겨보며 구절리역으로 올랐다.

탄광이 활발할 때는 14만명의 인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모두 합하여 4만여명이 살고 있다고 하니..그래서 구절리에서 출발하던 기차가 없어지고 관광용품으로 레일바이크를 나놓았단다.

구절리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km의 거리를 1시간20분동안 레일바이크를 타고 내려오는 길이다. 기찻길옆으로 흐르는 강물이 어찌나 투명하고 맑은지, 멀리 떨어졌어도 강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여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구절리에서 출발한 레일은 도중에 휴게실까지 있다.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과 옥수수, 찐빵을 사서 내려오는 길에 즐거운 마음으로 먹었는데, 그 맛은 꿀맛!!

 

아우라지역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온 탓에  여러대의 관광버스가 대기중이다. 어딜가나 커다란 나무들이 고운 치장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여전히 조용한 평화가 깃들여 있다.

 

레일 바이크를 마치고 아라리村으로 안내되었다.

잊혀져가는 옛날 생활들의 모습이 잘 보관되어 있다.  정선의 아름다움과 아라리의 전설들을 들으며 여행일정은 끝이났다.

 

정선역으로 돌아오니 작가 신정일선생님이 아는체를 하신다. 문학강연때 또랑또랑한 모습으로 열심히 듣는 여자의 모습을 눈여겨 보았으리라. 몇번의 눈맞춤이 있었으니..ㅋㅋ

선생님과 사진 한장을 찍으며 명함 한장을 건네받았다.

 

아침에 내린 그 자리에 다시 오르니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기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도시락이 배달된다. 점심에 많이 먹고 옥수수까지 먹었으니 밥생각이 없다.

마지막 이벤트로 삼행시 짓기를 하신 분은 우체통에다 넣어달라는 말에 삼행시를 지어 우체통에 넣었다.

모니터를 보며 통기타가수가 노래와 함께 발표하는 삼행시를 들으며 어쩐지 기대를 한다.

4등 4명, 이름이 안불려진다. 노래를 듣고..두 곡이다.

3등 3명, 이름이 없다. 다시 노래를 듣고..

2등 2명, 그제야 내 이름.. 야호!! 아무렴, 그래야지..ㅋㅋ

1등 1명.. 부부싸움 후 이번 기회를 통해 화해의 기회였다는 남자에게로 돌아가고..

권사님앞에서 체면이 섰다.ㅋㅋ

상품은 이덕일 선생님의 '교양 한국사 1-3권'이다.

아침에 받은 책은 권사님께 드리고 3권은 내가 갖고..

 

10시20분, 예정보다 8분 먼저 도착한 청량리역, 어쩐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조금 지친 얼굴로 광장으로 나오니 까만 그랜저와 특유의 웃음을 가진 이윤형집사님이 사랑하는 두 여자를 기다리고 계신다.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하는 권사님도 즐거운 여행이었음에 감사하고, 모처럼 나를 찾은 날이라 더없이 행복한 여행이었다.

 

 

 

*아라리의 뜻 ...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중에서..당신이 어째 내 마음을 알아주리요..라는 뜻이랍니다.

*아라리... 아리랑을 정선에선 아라리라고 한답니다.

정선 아리랑은 다른 고장과는 달리 유난히 서글프고 애끓는 가락입니다. 가사와 곡 모두가..      

      

*삼행시(작가의 이름으로)

이 ... 이렇게 귀한선물 주신 교보문고, 감사합니다.

덕.....덕지덕지 묻은 삶의 찌끼들,  벗겨 냈습니다.

일.....일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마음깊이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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