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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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5. 00:27
어머니의 그륵 - 중에서

정일근(1958~ )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 중 략 -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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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아직 어머니의 온전한 모습을 이룰때가 아닌가 보다.
아직은 내 아이들처럼 철없고 내 아이들처럼 내맘대로 휘젓는
그런 극성스런 여인네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먹고픈것, 내가 소유하고픈 것,
인생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구별하는 머리를 가진것,
아이가 물을 요구하면 그릇이 아닌 스스로 먹도록 명령이나 일삼는..
..아무래도 나는 어머니가 되길 글렀나보다.
어머니의 그륵에 담긴 찰랑거리는 물의 고요함과 맑음,
숱하게 쏟아지는 생수병의 이름 그 어디서도
수평을 찾는 어머니의 그륵속에 담긴 물맛과 비교할 수 없으리라.
보현산에서 흐르는 물,
엄마가 떠다주시는 그륵속의 물을 마셔보고픈 아침이다.
마흔이 넘어가도 바래기만 하니..
아~~
어머니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을..............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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