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여디디아 2005. 3. 5. 00:26
소 화

차창룡(1966~ )


차내 입구가 몹시 혼잡하오니
다음 손님을 위해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승객 여러분
봄 여름 가을
입구에서 서성대고 계시는
승객 여러분
입구가 몹시 혼잡하오니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갈 봄 여름 없이

가을이 옵니다
다음 손님을 위해서 조금씩
겨울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정류장은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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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어라.
몇번을 곱씹어 읽어야 제목과 시의 뜻이 잘 들어맞는 톱니바퀴처럼 맞춤한 걸까?
열번쯤 읽었으리라.
입으로 들어가 목으로 삼킨 흰쌀밥과 벌건 김치,
초록의 고춧잎 삶은 것까지,
어제저녁 먹은 바알간 단호박까지.
꾸역꾸역 쌓인 음식찌끼들이 차례로 들어가 주길 바라는 질서정연한 모습들..
삭혀져가는 음식들위에 나란하게 써 붙여진 계절의 이름들..
봄 여름 가을..

위장까지 가득찬 내 속에다 안내방송할까?
..다음 정류장은 점심입니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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