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

여디디아 2005. 12. 15. 11:35

 

 

 

 

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

 

 

지은이 : 최 종 길

 

출판사 : 밝은 세상

 

 

햇살이 눈부시고 하늘이 제 멋대로 높기만 하고, 높은 하늘에 무심한 듯이 파란 색이 물감을 풀어헤친듯이 퍼질러졌고, 그 물감위로 누군가 흰 물감을 떨어트린 것 같은 흰구름이 뭉게뭉게 하늘을 휘저어 다니던 가을날, 화려하고 멋진 그 가을날,

신문의 아랫면에 커다랗게 광고가 된 책이 있었다.

'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

며칠이고 몇 날이고 이어지던 광고 조각들,

애써 외면한채 넘기던 이유는 물 먹은 솜처럼 축축해질 내 기분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을까.

왈칵왈칵 쏟아내야 할 눈물이 뻔했기 때문이고, 그로인해 휴지를 곁에 둔채 팽팽거리며 코를 풀어댈 내 자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느순간, 더 이상은 피해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건, '어느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편을 읽고, 책을 덮자마자 다시 1편을 사서 읽었기 때문이다.

수없이 아파하는 사람들,

초침소리 하나의 움직임에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이들,

돈이 없어 죽어가는 이들, 그들을 살리려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밥을 건너뛰고 잠을 굶으며 애쓰는 의사들의 의술을 무심하게 지나기 싫은 이유였을까.

아무튼, 무슨 이유이건 책을 샀다.

어제오후부터 읽은 책은 거침없이 넘어가고 몇장 남지않은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위로한다. 나를.

책 한권이라도 팔아줌으로 그의 가족들의 지갑이 조금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의식이 없이 울기만 하는 사랑하는 여자의 기저귀 한 장 값이라도 되어주면 좋겠다.

그런 간절함이다.

 

최종길 그리고 김혜영,

세상의 어느 남자나 여자처럼, 어쩌면 그들은 보통사람보다는 좀 더 가난했고 굶주렸다.

뇌출혈로 일찍 엄마를 잃은 김혜영은 어릴적 할머니 손에서 사촌들과 함께 자라며 참는 것, 굶는 것, 견디는 것, 오래도록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최종길이란 남자는 세상속에 두루 섞이기엔 조금 특별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그들이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가정을 통하여 가족을 이루고..

식탁에 올려진 콩나물과 두부와 순두부찌게와 특별한 계란말이로 인하여 천국의 기쁨을 미리 맛보며 알콩달콩하게 살아가는 그들,

그들의 행복은 너무 짧았고, 그들의 아픔은 또한 너무 길게만 이어진다.

어느날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는 지금까지 의식을 차리지 못한채 자리를 보존하고 누워만 있다.

의식을 잃은채로 둘째아이 태웅이를 출산한 일은 언젠가 텔레비젼을 통해서 본 적이 있다.

자식에 대한 강한 애착이 결국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기를 사랑하는 그녀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수술을 세번이나 한 몸으로 둘째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1킬로그램도 되지 않던 아기는 인큐베이터속에서 여러번 위기를 맞이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엄마의 자궁에서 탈출하듯이 세상에 나온 것처럼 위기를 극복하여 지금은 건강한 사내아이로 자라고 있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다.

 

의식을 잃었지만 울고 있음으로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아내,

그 아내를 위해 헌신적으로 외조하는 남편 최 종길씨,

며느리를 위해 두 손자 손녀를 키우며 지극한 정성으로 간호하시는 할머니,

날마다 손톱이 자라듯이 희망이 자라며, 어느날인가 손톱을 깎듯이 잘라버리는 희망이란거,

힘들고 어려워 희망을 잘라내어도 손톱이 자라듯이 어느새 희망은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한다.

아내를 살리는 일은 아내를 위함도, 아이들을 위함도 아니고 오직 '나'를 위함이라고 하는 남편,

고단한 일상을 탈출하고 하루쯤 어디론가 먼 곳으로 도망하고픈 그를 향해 누가 비웃을 것이며 그래선 안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길고 길었던 한겨울의 혹한도 결국은 봄이 온다는 신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지 않는 질긴 희망 하나, 그것이 설령 미련이라 할지라도 저절로 사라져 소멸될 때까지는 끌어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책 237 페이지에서..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애틋함과 절절함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사랑 때문만도, 연민 때문만도 아닌 그것, 그것은 어쩌면 박과 호박과 산낙지를 끓여 한 사발의 약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박이었고 호박이었고 산낙지였던 것들이 서로 섞여 혈압을 낮추는 약이 되는 것처럼, 사랑과 연민과 책임과 약속이 모두 섞이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엄청난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처럼..' 책 283 페이지..

 

애틋하고 절절하고, 누워있는 아내곁을 지키며 이제는 희망이 없어도 살아있음으로 감사한다는 최종길씨, 의식이 없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생각일 뿐이고 어쩌면 환자는 고통속에서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일방적인 생각이 바뀌어야 함도 깨닫는다.

 

궁하면 통하게 되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게 된다는 그의 신념처럼,

어느날 꿈인듯이, 긴 꿈을 꾼듯이, 죽음처럼 깊은 잠에서 게으르게 일어난 여인처럼 게으른 기지개를 켜며, 입이 찢어져라 긴 하품을 하며 그녀가 깨어났으면 좋겠다.

 

이 순간에도 아내의 대소변을 치우며, 칭얼거리는 아기들을 돌보며, 도망하고픈 일상을 견디며 사랑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그이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이라도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황우석박사님이 하루빨리 불치병을 고치는 줄기세포를 찾아 그들이 고달픈 일상에서 먼지를 털듯이 털어내며 기쁜 웃음을 웃을 수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겠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리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책이라도 한 권 구입함으로 가난한 아내의 기저귀라도 한 장 살 수 있도록, 지갑을 열어주시길...

 

'고이다 못해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잠수복과 나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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