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결혼 22주년...

여디디아 2005. 12. 11. 06:22

 

 

겨울 새벽입니다.

 

22년전 오늘도 이른새벽에 일어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하루앞에 마주앉아

 

있었을까요?

 

 

진눈깨비가 날리고 바람이 몹시도 불었던 그날,

 

맞춘 양장을 찾느라 아침부터 동생이  울먹이며 석관동을 휘젓고

 

같이 있던 동생들을 고스란히 남긴채 키가 크고 마른 멸치같은 남자를

 

따라나서는 셋째딸을 보며 한없이 눈물흘리던 엄마를 보며

 

애써 외면하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주일날, 믿지 않는 남자와 결혼함을 섭섭해 하시며 실망이다고 

 

말씀하셨던 이 선 목사님,  

 

주일이라 예식장에도 못오신다 미안해하시던 목사님,

 

몇분의 장로님과 청년부의 모든 청년들,

 

호산나성가대의 노란옷에 걸쳐진 하얀 망또,

 

성가대의 반주자의 힘찬 반주에 맞추어 어린꼬마들이 불러주던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나와 함께 했던

 

공과공부도 하고 심방도 다니고 짜장면도 먹었던 경주와 인안이와

 

창일이와  얌전하던 명진이까지...

 

어젯밤은 그 녀석들이 문득 보고팠습니다.

 

 

가만 돌아보니

 

참 길고도 짧은 시간들입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던 남편은

 

고맙게도 그 약속을 잘 지켰습니다.

 

어쩌면 약속보다 더 신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감사합니다.

 

언제 어디서건 한마디에 달려오는 사람,

 

자기의 주장보다는 나의 의견을 믿고 결정하는 사람..

 

도저히 안 될성 싶던 예수님을 만나고 그 분과 교제하는 사람,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인줄 알아.

 

내가 아니면 당신이 구원을 받았겠어?

 

나로인해 구원받고 영생을 얻었으니.. 나 같은 여자 있으면 데려와 봐'

 

라고 물을 때마다

 

'그럼,  나 복 받은 사람이야, 감사하지'라며 순순히 고개끄덕이는

 

남자(속으론 어떨지 모르지만,,ㅋㅋ),    

 

 

건장한 모습으로 대한민국 남자의 필수조건인 국방의 의무를 충실하게

 

감당하고 있는 사랑하는 주현이,

 

오밀조밀한 이야기까지 엄마와 주고받으며

 

친구같이 살아가는 귀한 아들,

 

아직도 어린아이 같기만 한 나와 똑같이 생긴 세현이,

 

필요한 엄마의 손길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혼자서 무럭무럭 자라준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인 아들,

 

늘 바쁜 엄마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하나님안에서 반듯한 마음으로 자라준 두 아들.

 

 

세 남자의 성실함은

 

나를 든든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육신과 건강한 영혼들,

 

세상속에 섞이기 보다는 하나님안에서 섞이는 것이 더 좋은 가족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통해서 천국의 기쁨을 맛보게 하셨습니다.

 

 

때론 온 몸이 쑤석거리는 아픔도 있었고

 

견디기 어려운 통증같은 힘듦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희망을 잃지않고 낙심하지 않았음은

 

하나님이 우리의 반석이 되어주셨고

 

새로운 길을 예비해 놓으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한 이유는

 

힘든 날 보다는 기쁘고 즐거운 날이 더욱 많았음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날들은 참으로 짧은 날들이었고

 

길고 많은 시간들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남편이 여행을 하자고 졸랐습니다.

 

제주도나 동해바다나..어디든 떠나자고..

 

그러고 싶었습니다.

 

결혼기념일이라 이름붙여진 오늘,

 

바다도 보고싶고, 겨울 산도 보고팠습니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뭔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일주일마다 찾아드는 주일이지만

 

빈 내 자리를 하나님께 보여 드릴 수 없었고 

 

선생님의 빈 자리를 아이들에게 보이기 싫었습니다.

 

 

1983년 12월 11일

 

그 날의 하얀웨딩드레스를 잊지 못합니다.

 

손에 들었던 핑크색의 카네이션도 기억합니다.

 

설레이던 마음으로 시작하던 어른이 되는 길..

 

 

이쁘고 착하던 마음이 그새 어디론가 도망을 했습니다.

 

세월이 가져다 준 이끼와 먼지가 자북합니다.

 

날마다 세수를 하고 날마다 샤워를 해도

 

마음속에 남은 때는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좀 더 고운 모습으로 나를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남을 이해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욕심과 욕망에 찌푸러진 내가 아니고

 

베풀고 나누는 환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고운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습니다.

 

 

오늘까지 우리가족을 사랑하시고 지켜주신 하나님께서

 

앞으로의 모든 날들도 세밀하게 간섭하시고 지켜주셔서

 

 여전히 계신 주님을

 

우리가정을 통해서 찬양받으시기를 원합니다.

 

 

참, 감사한 아침입니다.

 

 

2005년  12월  11일 이른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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