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김셈!!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여지없이 추위를 데려와 아침부터 온몸이 덜덜 떨려 커피로 몸을 데운다.
2층에 앉아 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가을이 슬그머니 창앞에까지 도착해 있더구나.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사이에 성급한 녀석 하나가 이미 완벽한 노랑색으로 치장되어 있더라.
단풍나무와 느릅나무, 이름모를 나무까지 발그레한 빛으로 물들어감을 보며 정확한 때에 제 모습을 찾는 자연을 움직이는 힘은 오로지 하나님이심을 알게 한다.
사랑하는 세현아!!
하루하루를, 매시간을 다투는 너를 보며 엄마는 안타깝기만 하단다.
유치원 다니는 너를 두고 레이저테크에 입사했는데, 어느새 고3이라니..
초등학교 입학하여 열쇠를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서 등교하던 너의 모습, 비가 내려도 우산을 가지고 달려가 기다리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감기에 걸려 콜록이면서 형과 함께 병원에 다녀와 약을 먹던 너의 모습을, 학교에서 돌아와 형과 함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던 형의 모습을 내가 잊을수가 있을까?
직장다니는 엄마로인해 네가 당했던 손실들...
학교에 찾아가지 못하는 엄마로 인하여 어린 네가 입었던 마음의 상처들, 결코 내색하지 않았던 속깊은 우리세현이,
초등학교 졸업식때, 50명쯤 되는 아이들이 무슨무슨 상을 탈때, 엄마는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학년마다 친구들의 추천으로 선행상을 탔던 네가 졸업식에선 흔한 상장하나 받지 못했을 때의 미안함과 선생님에 대한 야속함이 얼마나 억울하고 원망스럽던지.
졸업과 동시에 중학교 배치고사를 치르고 결과가 당사자인 너 보다 친구들이 먼저 알고 초등학교 카페에 올렸을 때,
선생님이 그랬다지?
'세현이가 3등으로 입학할줄 알았어..'라고.
그때 내 입에서 거침없이 욕이 나왔었지.
'미친년, 그런줄 알면서 흔해빠진 상장하나 주지 않았어?'라고.
지금도 그 생각하면 화가 난다. 나보다 네가 받았을 상처가 마음아파서..
그때도 너는 아무 말없이 침묵으로 일관했었지.
중학교에 가면 엄마의 극성이 아니라 성적이 사람을 평가한다고 우리 더욱 열심히 살자고 약속했었지.
엄마가 집에 없어도 너는 열심히 공부했고 중학교 3년동안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전교 3등을 놓치지 않았었지.
이곳에선 서울대 들어가기만치 부러워하는 동화고등학교에 아무런 문제없이 입학했고, 오늘까지 하나님 말씀을 바탕으로 둔 학교에서 신앙생활과 학교생활을 해가는 너를 보면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이란거, 너 알지?
사랑하는 세현아!
이제 수능이 한달 남았구나.
수시를 넣은 중앙대와 경희대에서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너를 위해 미리 계획하시고 예비하신 대학이 있을거야.
우리 하나님께 맡기고 열심히 기도하고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자.
엄마아빠께 효도하고 싶다는 네 말이 가슴에 벅참으로 우린 행복하단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고..
세현아!!
대학도 좋고 좋은 학교도 좋지만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니?
엄마가 말했지?
대학 못가도 좋으니 건강잃지 말고, 늘 조심하라고 말이다.
이 세상 무엇보다 내게는 네가 존재함이 중요하다는 거, 잊지 않았지?
사랑하는 아들 세현아!!
네가 있어서 엄마는 정말 행복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단다.
순종하며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우리세현이,
엄마를 보고 이진옥씨라고 부르기를 서슴치 않고, 아줌마라 부르기를 서슴치 않는 아들, 이모에게 황신혜씨라며 우리를 까무라치게 만드는 너,
네가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마다 던지는 내 말, '조심해, 사랑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미투!!라는 네 목소리와 함께 닫히는 문,
금방 네 모습이 보고싶어 빨간색 숫자가 바뀌는 모습을 너를 보듯이 바라보는 엄마의 뒷모습을 네가 알 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세현아!!
네가 있어서 엄마는 무지하게 행복하단다.
가을 비를 맞으며 예전처럼 우리 발걸음 수를 세며 걸어봤으면 좋겠다.
우리 내년여름엔 엄마랑 둘이서 여행하자고 약속한 것,
꼭 실천하도록 하자.
대학생이 된 너의 멋진 모습을 그리며..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