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후...
時間은 긴 밤을 자고 일어난 얼굴위로 침 자국이 묻었고, 눈곱이 끼이고, 더부룩한 머리카락은 폭탄을 피해온 살기위해 미친 듯이 달려온 여자의 모습으로 난도질을 한듯하고.. 거울속에 비치는 추한 여자의 모습을 씨어내기 위해 잘 다듬어진 수도꼭지를 비틀어 물을 받고, 양손을 오므리고 물을 받는 손가락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과 같이 어딘가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단 사흘간의 시간을 닫아놓은 창문을 열어본순간 나도몰래 비명같은 탄성을 자아내고 말았다. 지난 금요일에도 보이질 않았던 찔레꽃이 그세 해당화 의 모습같기도 하고 장미의 모습같기도 함으로 몇송이가 화들짝 피어있다.
하얗게 핀 꽃들이 너무나 이뻐 한참을 들여다보자니,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밤나무가 눈으로 들어온다. 하얀 꽃잎사이로, 연록의 이파리 사이로, 비죽한 가시곁으로 이파리가 삐죽한 밤나무가 높이 자라고 있다. 찔레덩쿨을 전혀 개의치 않은 듯이, 마치도 자신이 잇어야 할 자리임이 확실한 듯이 당당하게 하늘을 우러르는 밤나무는 곁에선 밤나무에서 굴러온 알밤이 자랐기 때문일까? 새삼스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에 밤나무가 많다. 가을이면 알밤을 톡톡 떨어트릴 커다란 나무가 있는가 하면 중키의 밤나무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 밤나무도 꽤 많이 있다. 누군가 심지 않아도 열매가 썩음으로 싹이 트고, 싹이튼 나무는 수분과 햇볕을 골고루 섭취함으로 아무런 보살핌도 없음에도 잘 자라고 있다. 아직은 여리기만 한 밤나무들이 몇해가 지나면 또록한 알밤을 떨어트림으로 자신과 같은 사생아를 또한 해산하리라. 그리함으로 이 산에서 밤나무는 대를 이어가고 영원히 존재하리라. 내가 살아가는 날까지 밤이 열리고 밤꽃이 피고, 내가 이 세상을 작별한 후에도 여전히 봄이면 싹이트고, 여름이면 밤꽃이 자부룩히 피어나고, 가을이면 또록한 알밤들로 다람쥐들이 즐거워하리라.
지난해에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권지예‘라는, 나보다 한 살이 아래인 경주가 고향인 여자의 책을 읽는다. ’뱀장어스튜‘라는 수상집을 읽을때부터 그 여자의 대범한 문장과 내용에 놀랐는데, 여전히 그녀의 글은 예사롭지가 않다. 그럼에도 무겁고 끈적거려 덩달아 마음까지 무거워짐을 어쩔수가 없다.
내속을 자극함으로 부끄럽게도 만들고 어느순간 내것이 아님을 또한 최면처럼 되뇌이기도 한다.
... 사람이란, 사랑이란... 정말 무언가... 잠시 허무해진다.
그러면서도 책을 덮을수 없는 것 역시 책이주는 마력이리라.
2003년 5월 19일 월요일, 창을 열자 찔레꽃이 나를 반김으로 놀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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