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발상들
김 록(1968~ )
고구마도 아닌 고구마 줄기가
감자도 아닌 감자 잎이
나를 괴롭혔다
어째서 한번도 본 일이 없는 너희가
나를 괴롭힐 수 있는 거냐
너희의 구부러짐과 흐느적거림에 지쳤다
본디 단단하지 못한 너희를 삶고 데쳐서
더욱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하지만 나는 휴머니스트
너희가 땅속뿌리나 땅속줄기까지 미칠수만 있다면
하지만 너희는 변덕꾸러기
태양의 가슴에 닿아보려고
구름과 바람의 리듬에 동작을 익히려고
너희는 세월을 잃었다
그동안 땅속뿌리와 줄기는 살이 올랐다
너희는 나로부터 버림받는다
하지만 나는 사려 깊은 농사꾼
너희의 태양과 구름과 바람에 대한 열정으로
나는 고구마와 감자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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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내가 좋아하는 감자와 고구마,
고구마도 아닌 것 고구마 줄기,
감자도 아닌 것 감자 잎...
내가 바보인가?
고구마 줄기를 보고 고구마로 여기고
감자잎을 보고도 감자로 알았던 난..
구부러지고 흐느적거리며
변덕스러운 줄기의 엉킴과 이파리에 얹힌 봄날이슬들,
토실한 알을 살찌게 한 것은
구름과 바람과 햇빛과 비,
모든걸 은총으로 내리시는 하나님의 손길...
누가 뭐래도 난 감자를 감자로
고구마를 고구마로
충분한 즐거움으로 먹어치운다.
박스위에 새겨진 고구마, 감자란 글씨까지도
고구마로 감자로 보는 나는 아무래도 바본가보다!!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