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벌레가 되었습니다

여디디아 2005. 2. 22. 12:24

벌레가 되었습니다

 

 

진 은 영(1970~           )

 

 

내 방이었습니다

구석에서 벽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천장 끝에서 끝까지

수십 개의 발로 기었습니다

다시 벽을 타고 아래로

바닥을 정신없이 기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다리를 가지고도

문을 찾을 수 없다니

 

밖에선 바퀴벌레의 신음 소리

아버지가 숨겨둔 약을 먹은 것입니다

어머니 내 책상 위에

아버지가 피운 모기향 좀 치우세요

시집 위에 몸 약한 날벌레들

다 떨어지잖아

 

- 중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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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면 공고가 붙어있는 날이있다.

'바퀴벌레 약을  받아가세요'..

도대체 하찮은 미물인 바퀴벌레가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길래

저리도 오래도록 명을 이어가고 있는지.

 

벌레만이 진정 벌레일까?

벌레만도 못한 사람..

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난 벌레만도 못한 사람이 아닐까?

두렵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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