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세든 봄

여디디아 2005. 2. 22. 10:52
 

세든 봄

 

이 경(1954~         )

 

 

세들어 사는 집에 배꽃이 핀다

 

빈 손으로 이사와 걸식으로 사는 몸이

 

꽃만도 눈이 부신데 열매 더욱 무거워라

 

차오르는 단맛을 누구와 나눠볼까

 

주인은 어디에서 소식이 끊긴 채

 

해마다 꽃무더기만 실어보내 오는가.

 

------------------------------------------

 

이렇게 청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날마다 봄날이고

날마다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거야.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

내가 가진 모든 것..

집, 남편, 자식, 저금통장..

지루하게 붓고 있는 행여하는 불안을 달래기 위한 보험증권..

세들어 사는 이 세상에서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려야 하는지.

꽃샘추위가 손등을 부비게 하는 날들 사이로

봄꽃은 기약없이 피어나고

봄꽃이 지는 자리에 열매가 알콩달콩 맺히는걸 두고도

나눌 생각을 먼저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한가득했으면 좋겠다.

봄이 꽃을 몰고 오고있다.

(진옥이의 한마디!!)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레가 되었습니다  (0) 2005.02.22
푸른 돛배  (0) 2005.02.22
[스크랩] [스크랩] 봄바람  (0) 2005.02.22
한 번쯤은 죽음을  (0) 2005.02.22
군발상들  (0) 200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