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든 봄
이 경(1954~ )
세들어 사는 집에 배꽃이 핀다
빈 손으로 이사와 걸식으로 사는 몸이
꽃만도 눈이 부신데 열매 더욱 무거워라
차오르는 단맛을 누구와 나눠볼까
주인은 어디에서 소식이 끊긴 채
해마다 꽃무더기만 실어보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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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청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날마다 봄날이고
날마다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거야.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
내가 가진 모든 것..
집, 남편, 자식, 저금통장..
지루하게 붓고 있는 행여하는 불안을 달래기 위한 보험증권..
세들어 사는 이 세상에서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려야 하는지.
꽃샘추위가 손등을 부비게 하는 날들 사이로
봄꽃은 기약없이 피어나고
봄꽃이 지는 자리에 열매가 알콩달콩 맺히는걸 두고도
나눌 생각을 먼저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한가득했으면 좋겠다.
봄이 꽃을 몰고 오고있다.
(진옥이의 한마디!!)